어제 한 아이가 거의 전신 화상을 입고 친구 엄마와 함께 진료실에 왔다. 우선 화상치료를 하고 부모에게 연락하여 아이를 화상센터로 이송하는 것이 좋겠다고 전했는데, 소식을 듣고 달려온 부모는 어떻게 하다 이렇게 심하게 다쳤는지에만 관심이 있을 뿐 아이가 얼마나 아프고 불안하고 걱정인지는 안중에도 없는 듯보였다.
사고의 원인에는 논리적인 설명이 필요없다. 논리적으로 맞는다고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백 마디 말보다 꼭 한 번 안아주면 좋을텐데, 꼭 안고 걱정하지 마라고 말해주면 더 좋을텐데, 같이 참고 이겨내보자며, 깨끗하게 후유증없이 잘 나을 것이라고 말해주면 더욱더 아이의 마음이 안정되고 부모에 대한 믿음이 깊어질텐데...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논리적인 원인들은 어찌 보면 상대의 입장이나 감정보다는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한 것일 때가 많다.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관련 정보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대지만, 사실은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이성적일 뿐 나 자신의 감정에 따라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옳더라도 상대의 감정과 감성에 다가가기 위해서 노력하거나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나 자신의 만족만을 위해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면서도 상대의 감정에 충분히 영향을 주고 있다고 착각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각과 감정 표현에만 열심이지 상대의 말을 들어주고 존중해 주며, 이해해 주기 바라는 상대의 마음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아주 좋아, 역시 우리 아들은 최고야!"라며 사기를 올리고 동기를 부여하는 말보다 "틀렸어. 설마 너가 이 정도 밖에 안돼? 거짓말이지?"라는 공격적이며 부정적인 말로 의욕을 꺽어놓기 일쑤다.
상호간에 만들어진 자유롭고 따뜻한 분위기를 차갑게 냉각시켜 얼어붙게 한 원인이 나의 말에 있는데도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무거운 침묵의 강의 책임이 마치 상대에게 있는 듯 여긴다. 유유상종이라고 사람마다 자기에게 맞는 상대가 있기 마련이며, 자신의 감정을 잘 나타내지 않거나 공격적이거나 남의 기분을 헤아리지 않고 자기 편한대로 안하무인격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한다.
열린 마음이라는 표현처럼 모든 사람과 허심탄회하게 어울려야 한다고 하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다. 우리 대부분은 대인관계에서 나름의 허용범위를 가지고 있어서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내심 인정하고 있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자식들 앞에서 보이는 모르면서도 아는 척, 도움이 필요하면서도 없는 척하는 허세도 자식들에게 무시받거나 거부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운 현실을 인정할 진정한 용기가 없고 솔직하지 못한 마음에서 나오는 과장된 행동이다. 모르면 모른다고 용기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 겸손하고 최선을 다해 주도적인 자기 인생을 살아가는 책임있는 사람이다.
"너도 부모가 되어보면 내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꺼다."라는 말은 부모가 자식에게 해줄 말이 아니다. 부모는 자식들의 단점을 고쳐주는 사람이 아니라 가족적 유대를 통해 친절, 적성, 타인에 대한 존중과 같은 긍정적인 강점과 장점을 계발해주는 영원한 멘토이자 본보기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식들의 사고방식이 어른들처럼 고정관념으로 굳어지지 않고 유연하여 흡수가 빠를 때 신뢰받고 존중받고 있으며 자신은 능력이 충분하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작은 가정이라는 사회가 인정하면, 조직과 지역, 그리고 국가와 세계라는 큰 사회를 이끌어갈 인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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