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와서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열심히 이야기하는데, 나도 모르게 환자의 불편한 상황이 아니라 부정적 태도에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경우가 있다. 그 때 화를 스스로 얼른 통제하지 못하면 내가 겉으로 아무리 잘 해주더라도 뭔가 모르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관계로 끝나게 된다.
어떤 사태나 상황에 직면해 두려움이 밀려드는 경우에도 조금만 방치해 두면 두려움 자체 뿐만 아니라 나를 두렵게 만든 그 존재가 나를 쓰러뜨리고 지배하게 된다. 평소에 내 의지와 관계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나쁜 생각들에는 '그만, 여기서 끝!'이라고 단호하게 의식적으로 자를 수 있는 습관을 길러야 하는 이유다.
규칙적인 달리기를 하는 것도 작은 행동을 통해 두려움이 나를 지배하기 전에 두려움의 확산을 중지시키고 기분을 전환하여 즐거움과 희망을 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또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거나 술 한 잔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도 나의 감정조절에 대한 지지를 받아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는 속담처럼 누구나 감정이 있고, 그 감정이 행동을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회생활이나 대인관계에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거나 통제하는 것이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감정과 행동은 종속적이라기보다 수평적으로 병행하는 관계다.
"한 대 때리고 싶을 때도 3초만 참고 다시 생각하라"는 말처럼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의지를 조절하려 애쓰기보다 직접 통제가 가능한 행동을 조정함으로써 의지와 관계없는 감정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세상의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하는 것처럼 화나도 안난 척, 기분이 나빠도 아닌 척 행동하는 것이 그렇게 행동함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긍정적으로 조절할 수 있었던 경험 때문이다.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는 만큼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성취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같은 외적인 조건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늘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행복을 찾아내려는 우리 자신의 생각과 그에 따른 노력 속에 행복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나 조건, 혹은 일이 나의 자신감과 자부심, 또는 자존감을 깔아 뭉개는 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내가 나의 적이 되어 힘든 상황을 마주하면 먼저 '나는 할 수 있어!'라며 자신감을 갖기보다 '내가 할 수 있을까?'라며 부정적인 시각으로 대응하게 만든다. 그만큼 우리는 스스로의 능력에 만족하거나 믿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마라톤 벽'을 앞에 두고 정말 완주 의지가 사라지고, 온 몸의 힘이 탈진된 상태에서 나 스스로 자신을 얼마나 괴롭히고 있는지를 발견하고 깜짝 놀란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힘들수록 자세를 바로잡고 내면의 목소리와 긍정적인 방식으로 이야기를 나누면, 이것이 우리의 잠재의식에 영향을 끼쳐 생각과 행동이 긍정적으로 변화됨을 경험하게 된다.
내 마음 속의 또 다른 목소리를 응대하는 훈련을 하면 다른 사람의 야유와 공격에 맞서 웃을 수 있는 여유있는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까지 생긴다. 마음 속의 적과 싸우는 것에 비하면 나의 열등감을 들추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다.
우리가 인간으로써 가질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감정은 희망이다. 오직 희망만이 우리의 미래를 과거와 다르게 만들어줄 수 있는 긍정적인 욕구라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모두가 절망에 빠져 두려움만을 확대재생산하고 있을 때, 자신이 보고 있는 희망을 전파하고 확산시켜 전체를 행복한 세상으로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는 소수의 사람들은 항상 있기 마련이다.
두려움은 의식적으로 없애려한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그냥 그대로 두고 희망을 더 세게 붙잡고 더 좋은 것만 계속 생각하면 두려움은 존재할 공간을 잃게 된다. 강한 희망을 가지는 것이 두려움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인 이유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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