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생활에서 길을 가다가 실수로 서로 어깨가 가볍게 부딪치며 스쳐 지나갈 때가 있다. 그 때 그냥 먼저 "아 죄송합니다."라고 사과를 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정신을 어디다 쓰고 다니느냐?"며 꼭 상대의 부주의를 나무라거나 화를 낸다.
이런 차이는 스스로 자신의 삶에 자부심을 가지는 자존감의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 진정 자부심이 높은 사람들은 이렇게 사과하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는데, 낯선 사람과 말다툼을 벌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소한 일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자부심이 낮은 속 좁은 사람들은 작은 일에도 크게 분노하며 상황을 과장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럴 때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면 상대는 무장해제되면서 입을 다문다. 이미 별 효과도 없이 한 말을 또 할 뿐 달리 할 말이 없어지는 것이다.
요즘처럼 무덥고 비 자주 오고 잠 안오고 짜증이 날 때 자주 목격하게 되는 상황이나 일들이다. 금방이라도 달려들 기세로 으르렁거리던 사람의 숨소리와 말소리가 미안하다는 한 마디에 중얼거리는 소리로 잦아든다.
실제로는 있지도 않고 눈에 보이지도 않지만, 피해가 있다면 보상하겠다고 제안하면 상대는 그 즉시 자신의 차를 면밀히 살피면서 다시 한 번 시시한 정신과 영혼을 드러내 보일 것이다. 반면에 사과한 사람은 평정을 유지하며 가던 길을 갈 수 있다.
일상에서 신경 써야 할 중요한 일이 많은 사람들이 내릴 수 있는 적절한 판단이다. 사소한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 방식이다. 오직 속이 좁은 사람만이 사소한 일에도 사과하지 않고 버럭 짜증을 낸다.
"미안합니다."라는 사과의 말은 이처럼 사소한 일에 대해 방어태세를 취할 필요가 없는 자부심이 높은 사람의 입에서 즉시, 습관적으로 나온다. 먼저 사과한다고 상황이 더 나빠지지도 않을 뿐더러 곤란한 상황이 무마되며 하던 일을 계속 할 수 있게 된다.
의도치 않게 벌어진 사소한 일이라고 해도 공격 태세를 보이거나 짜증을 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심하게는 자신의 잘못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없애려는 태도는 스스로를 자기중심적이고 나약하며 속이 좁은 사람임을 드러내는 확실한 증거일 뿐이다.
사호한 일에 대해서조차 이렇게 나오는 사람이 정말 중요한 일, 깊은 분노를 느껴야 마땅한 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나올 것임은 불을 보든 뻔하다. 어떤 사람이 자신도 마땅히 참석하리라 예상했던 모임에서 제외되었다면 중요치 않은 사람으로 취급받았다는 의미다.
그런 만큼 반드시 진심어린 사과가 필요한 일이라는 의미다. 친구나 동료들끼리 모이는 자리를 마련해 모두 관심을 보일 문제에 대해 의논할 예정이라 가정할 때, 어떤 사람을 개인적으로 싫어한다거나 생각이 보잘 것 없다는 이유로 누락시켰다면?
기분이 언짢아진 그 사람이 화를 내며 따진다면, 선택은 나에게 달렸다. 상대와 별 관련이 없는 이런저런 이유를 대거나 관심이 없을 것 같았다는 이유를 대면서 정당화할 수도 있다. 나의 경우는 이럴 때 무조건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명단에서 제외된 이유가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에게 아무리 정당하고 적절해 보여도 당사자에게는 그렇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무능함이나 열등함이 드러난다 해도 이를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늘도 흥겹고 시원하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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