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바삐 돌아가는 세상에서 걷거나 달린다는 것은 대단히 축복받은 직책의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끔 걷는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들은 걸을 수가 없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걷기나 달리기에 꼭 필요한 여유, 자유, 독립성은 살 수 없다.
직접 하늘에서 은총이 내리거나 축복을 받아 걷거나 달리기 가문에서 태어나야 가능하다. 산책자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태어나야 하는 것이다. 도시 아파트 한 동에서 몇 명은 이전에 30분 정도 달리다 걸어본 적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 대부분이 지금은 3보 이상은 승차 생활을 하고 있을 뿐이다. 과거의 기억들을 기억하고 순간적으로 고양되는 일은 분명히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하루 2시간 이상은 걷거나 1시간 이상은 달려야 제대로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나는 그 보다 더 오랜 시간을 그냥 도시나 강가, 또는 산길을 걷거나 달리거나 헤맨다. 도대체 그 긴 시간 동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묻는 사람들이 틀림 없이 있다. 요즘처럼 좌식 생활이 널리 퍼져 있는 세상에서는 발이 서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닌 듯보인다.
사무실이나 집안에서만 있는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무감각한 사람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신적 무감각 뿐만 아니라 인내심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그러나 오후 5시에도 아침 5시인 것처럼 한 자리 앉아 있다는 것은 용기와는 무관하다.
예전 나폴레옹은 새벽 2시에 꺠워도 힘이 넘치는 용사를 칭찬했다고 한다. 이를 '새벽 2시의 용기'라고 소로는 자주 인용했다. 나는 아내가 어떻게 그런 상태를 견디는지 궁금해서 요즘은 수시로 밖으로 함께 나가자고 꼬드긴다.
하루 1만 보가 아니라도 6천이나 7천보라도 걷자고 함께 나간다. 물론 걷기나 달리기도 기질 혹은 무엇보다 나이가 그런 상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나이가 들면 가만히 앉아 있거나 실내 활동을 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인생의 저녁에 다가가면 갈수록 점점 더 야행성이 되고, 저녁 석양, 즉 해질 녁이 되어서야 비로소 밖에 나오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고 1시간쯤 걷는다. 이런 걷기는 사실 운동과는 다르다. 정해진 시간에 약을 먹듯 숨이 차게 움직이는 것과 다르다.
운동을 하고 싶다면 생명의 샘을 찾아 나서야 한다. 그 때까지 가본 적이 없는 먼 숲 속에서 생명의 샘이 솟아나고 있는데, 고작 건강 타령이나 하면서 집 앞 소공원에서 운동 기구나 만지작거리고 있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소처럼 걸어가야 한다. 소는 걸으면서 먹고, 사색한다. 도서관은 건물 안에 있지만, 우리의 서재는 야외에 있어야 한다. 야외에서 햇빛과 바람을 맞으며 살아가면 성격도 다소 거칠어지기도 하겠지만, 본성 위에도 더 두꺼운 각질이 생길 것이다.
오늘도 흥겹고 시원하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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