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신이 할 일이나 살아갈 방법들에 대해 스스로 결정하도록 배우고 가르쳐왔다. 그런데 나이 들어 자리에 눕게 되면 자신의 인생을 가족들이나 주위에서 결정하게 되는 경우들이 생길 수 있게 된다. 내가 어머니에게 한 일이 그랬다.
자신의 상태를 알면 불안하고 기분이 우울해질까 염려해서 가족들이 본인에게 진실을 알리지 않는 경우들이 많았다. 다른 사람도 아닌 부모도 자신의 병인데, 자신은 모른 채 가족들이 치료방법을 결정하는 것은 비정상적이다.
질병이나 자신의 여생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갈지는 순전히 자신의 과제일 뿐이다. 그 분이 자신의 상황이나 진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 믿는 것은 잘못이다. 나는 우리 엄마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 여겼다.
그렇다고 해도 실제로 본인에게 병 상태를 있는 대로 다 말하기는 어렵다. 과거든 현재든 그 당시에 어떤 질병의 치료나 예후에 대한 사항들이 거의 부정적인 결과들이었기 때문에 당사자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통례이기도 했다.
자신도 모르는 수술을 무엇 때문에 하는지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일은 가족들 입장에서도 고민 사항일 수 밖에 없다. 과거에는 가족들 간에도 완전히 알려지지 않은 채 치료 방법이 결정되고, 진행되는 경우들도 흔했던 이유다.
본인의 문제라고 해서 무조건 알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쉽게 말할 수는 없지만, 요즘 호스피스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인생의 자기 결정권이 조금 다른 생각의 바탕에서 시작되고 있음을 본다. 대부분은 무거운 정보를 감당할 수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그런 모진 운명을 받아들여 자기 식으로 극복해가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자기 생명이 얼마 남지 않는 사실을 알면 동요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그런 사실을 알고 계속 우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또한 환자의 병세가 의사의 말대로 된다는 보장도 없으며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생존하기도 한다. 완치는 아니더라도 완화는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진실과 마주하게 되었을 때, 순순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은 상상된다. 질병에 걸리는 것은 내 권한 밖의 문제이며,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신이나 의식과 관련된 문제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병에 걸렸을 때 어떤 태도로 인정하고 수용할지는 스스로 결정할 문제이다. 의사의 설명과 알려진 현실적 문제들을 알고 나면 평정심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은 확실하지만 말이다. 우리가 원하지 않는 죽음에 이를 가능성 때문에 질병은 두려운 것이다.
오늘도 흥겹고 시원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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