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만나고 긴장하고 즐기고 도전하면서 협력하면서 서로 싸우고 헤어지기도 하면서 겪는 희로애락의 과정 속에서 만족하기도 하고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하지만 슬퍼하기도 하며, 또 발전하고 쇠퇴하기도 한다.
이상하게도 이별이나 이혼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결혼 생활에 실패한 부부 중 적어도 한쪽은 심각한 상처를 입는데도 말이다. 사람들은 죽음을 대할 때와 마찬가지로 파경 역시 입 밖에 꺼내지 말아야 할 문제라 생각한다.
행복하게 시작한 결혼생활이 파탄나면서 불거지는 분노에 대해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삶의 과정에서 이런저런 생각지도 못했던 분노가 극심해지면 증오가 끓어오르는 것은 정상적인 반응이다. 이런 감정은 적절한 분출구를 찾으면 막힘없이 쏟아진다.
혐오스러운 배우자에 대해 욕설을 퍼붓는 것이다. 물로 이런 방법은 이미 존재하던 악을 더 악화시킬 뿐이므로 그리 좋지는 않으므로 자부심이 높은 사람들은 그런 비방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는다.
그보다 자부심이 높은 지성인들은 악감정을 부추기는 데는 관심이 없으며,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을 위해 힘을 비축해둔다. 주위에서 파탄난 결혼생활로 인해 당사자들이 느낄 고통이 중요한데, 그것은 외로움과 거부당하고 버림받았다는 마음의 고통이다.
한 때 혹은 지금도 가슴 깊이 사랑한 사람에게 이제는 무가치한 존재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버려진 기분 속에 가라앉기 때문에 다른 상실의 고통과는 다르다. 사랑하는 사람을 저세상으로 떠나보냈다고 생각해보자.
그랬다고 해서 일생일대의 엄청난 계획이 실패하여 고통에 시달린다고 해서 그 간의 명성을 잃고 처참히 추락했다고 해서, 혹은 자신의 도덕성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해서 버림받지는 않는다. 믿었던 사랑이 버림받은 고통에 비할 수는 없다.
살아가면서 이런 고통스러운 거부와 버림의 고통을 경험해 봤기에 그런 상황에 놓이는 불안감을 그냥 손 놓고 바라보기 힘들다. 결국 사람들은 어리석은 침묵을 고집한다. 지금 자신이 난처한 상황에 처해 있으니 말을 아끼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심하게 어울리지 않는 활기를 풍기는 사람도 있지만, 파티를 하고 있으면 우리에게도 함께하자고 권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아이들이 얼마나 기특한지 모른다거나 당신은 정말 멋진 사람이라는 등의 언행으로 우리 기운을 북돋워주려 눈에 띄게 고심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기운을 북돋워줘야 하는 듯 행동하지만, 고통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사람들이 자신의 고통을 보고 있기 불편해 하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적절하지 못한 처신을 함으로써 자기들 스스로의 만족만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사람을 만나거나 대할 때는 언제는 그렇듯 과한 행동보다는 평소와 변함없는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적절한 행동 자세다. 외롭고 상처가 클수록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존재하지도 않는 듯, 감정도 말도 없는 가구 대하듯 한 태도를 원치 않는다.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의도적인 침묵은 적절하지 않으며, 풀 죽은 자신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자신의 불편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된 활기를 불어넣거나 외롭거나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가장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그냥 그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한 주 시작하기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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