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연은 말 그대로 집밖에서 만나는 인공적이지 않거나 인공적 변형이나 가미가 거의 없거나 제한된 야외의 세상이며, 자유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냥 단순히 문명의 자유나 문화와는 조금 방향이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사회적 관계망 속의 한 구성원이라기보다는 그 이전에 먼저 자연의 일부이거나 자연 그 자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문명에 익숙해져 있고, 또 그런 분위기와 문화에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내가 만나는 사람들 중에는 걷거나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으며, 그들 대부분은 자신만의 기술들이 몸에 익어 있지만, 그런 움직임의 기술들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냥 이리 저리 할일 없이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스님들이 탁발을 다니거나 카톨릭이나 기독교 신자들이 그들만의 성지를 순례하거나 일상 중에 산책을 꾸준히 즐기는 사람들도 그렇다.
어릴 때는 편안한 집 놔두고 왜 그렇게 집도 없는 사람처럼 싸돌아다니느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는데,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진정한 산책객들이라고 할 수 있다. 집 놔두고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놀러만 다니는 게으름뱅이들이라 오해받기기도 했다.
어릴 적 고등학교나 대학교 다닐 때 주말에 산에 갔다 내려오면 동네 그늘에서 쉬고 계시던 나이 드신 분들이 담뱃대를 들고 흔들며 "그렇게 시간이 많으면 싸돌아 다니지 말고 집에 가서 농사일이나 도와라."고 훈계를 하시기도 하셨다.
그럴 때는 모자를 벗고 허리를 굽혀 인사를 꾸뻑하면서 "어르신, 저희들은 집도 없고 땅도 없어요."하면서 냅다 꽁무니 빼며 우리끼리 웃기도 했다. 우리는 특정한 집을 소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세상 전부가 우리 집이라는 생각들이 마음 속에 있었다.
늘 공부한답시고 집안에만 박혀 있는 친구들이 더 게으름뱅이들이라고 우리끼리 낄낄거리며 야외의 자연 속 생활을 진정한 젊은이들의 삶이라고 자부심을 가지기도 했다. 자연 속 산책객들이 게으름뱅이가 될 수 없는 이유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르막과 내리막, 그리고 평지 능선이 반복되는 산이나 구불구불 흐르는 강물이 게으름뱅이가 아니듯이, 산은 더 높은 곳으로 이어지는 길을 만들고, 강은 바다에 이르는 지름길을 찾고 있듯이 우리는 우리 삶의 고지에 이르는 길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우리 길의 반은 반드시 저녁에는 집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우리는 자연 속을 헤매면서 조만간 결코 되돌아오지 않고 새로운 세상을 향한 모험 정신으로 스스로를 무장하며, 집과 가족을 떠나 세상 속으로 달려갈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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