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고 대우그룹의 창업자 고 김우중 회장의 말씀이 있다. 만약 내가 쓸모, 즉 쓰임새가 없다면 아무도 나를 거들떠보지 않을 것이고, 그냥 침묵 속에 내버려둘 것이다.
혼자 그렇게 세상 속에 남겨질 때, 우리는 살아갈 세상을 바로 볼 수 있고, 그 속에서 성장할 수 있다. 아무리 세상이 넓고 광활하더라도 우리는 자신이 지금 우연히 서 있는 적은 부분만 사용한다.
세상의 모든 가르침과 배움의 뿌리가 쓸모없음을 아는 데 있으며, 우리가 의지하고 추구하며 살아가는 세상 가치들 속에서 자신의 쓸모없음을 알지 못하면, 그런 쓸모없음에 대해서도 말할 수 없다는 장자의 말도 있다.
내가 지금 실제로 사용하고 있지 않는 땅을 모두 빼앗겨 발 주위에 깊은 구덩이가 입을 벌리고 있다면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까 한 번 생각해보자. 내가 지금 딛고 서있는 이 땅도 조만간 아무 쓸모가 없어질 것이다. 바로 여기 쓸모 없음의 가치가 있다.
우리 삶의 본질은 정반합의 진리를 따르는 변증법적 움직임의 과정이며, 그래서 논리적이지 않다. 논리에 있어서는 반대는 정말 반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삶은 언제나 그 자체 속에 반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삶에 있어서 반대되는 것은 정말로 반대되는 것이 아니며, 그것은 상호보완적이다. 그런 과정이 없이는 어떤 것도 가능하지 않다. 삶은 죽음 때문에 존재한다는 말이 바로 그런 의미다. 죽음이 없다면 어떤 삶도 가치가 없어진다.
죽음은 끝이 아니며, 결코 삶의 적이 아니다. 오히려 죽음 때문에 가능해진다는 말이 더 옳다. 죽음은 삶의 끄트머리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 이 순간, 이곳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각각의 순간순간들은 그 자체의 삶과 죽음을 가진다.
빛이 있고 동시에 어둠이 있듯이, 우리 삶의 순간들도 삶과 죽음이 동시에 가지고 있지 않으면 우리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다. 논리적으로는 서로 정반대의 입장이지만, 그래서 함께 존재할 수 없지만, 삶의 현실은 완전히 그 반대다.
어둠이 존재하는 것은 빛이 함께 있기 때문이며, 밝음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어둠이 함께 있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이 사라질 때 우리는 다른 쪽 또한 절대로 볼 수 없게 된다. 침묵은 그곳에 소리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작은 소리라도 없다면 침묵 또한 가능하지 않으며, 대립되는 것은 언제나 하나의 배경으로서 필요하다. 이념적 진보주의가 실패하는 이유도 바로 대립되는 보수주의를 하나의 논리적 배경으로도 필요로 하지 않고 절대적으로 배척하기 때문이다.
논리를 따르는 사람들은 언제나 삶이 한쪽으로만 치우치게 되고, 빛을 생각하는 순간 어둠을 부정하기 시작하므로 언제나 빗나가게 마련이다. 삶을 생각하는 순간 죽음과 싸우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신은 빛이면서 동시에 어둠이라는 종교는 없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뵥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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