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항상 적정한 거리감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사람과는 3~4보 정도 떨어져 있는 것이 필요하고, 다른 사람과는 거의 반 보 이내로 가까이 붙어 있을 필요도 있다. 이보다 더하거나 덜하면 두 사람 사이를 잇고 있는 다리가 붕괴하고 만다.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인간관계란 그런 거리감을 계산하는 것이다. 정보화 시대에 떠올리게 되는 전자기력과도 비슷하다. 세상에는 인력과 강력(꺽이지 않는 강한 힘), 약력(약한 상호작용력), 그리고 전자기력 이렇게 네 가지 힘이 혼재해 있다.
손이 키보드를 그냥 통과하지 않고 누를 수 있는 것은 전자기력 때문으로 '나'를 '나'라는 형태로 존재할 수 있게 만든다. 고슴도치의 가시 길이처럼 내가 나라는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거리인 것이다. 너무 외롭다고 해서 아예 걷어버리면 나라는 형태가 허물어진다.
다른 사람이 너무 두려워 보호막으로 두텁게 에워싸면 속절없이 너무 멀어져 버릴 수도 있다. 다른 사람과의 거리라는 것은 바로 나의 보호막과 상대의 보호막을 어림잡아 더하는 일이다. 그 길이와 두께는 혼자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고 과신한다.
애초에 다른 사람과의 정확한 거리를 계산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어떻게 해도 서로의 말이 닿기에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각자의 셈은 틀린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헤어지기 싫은 것은 당연하지만 실망하는 친구도 있다.
누구나 조금씩 계산이 어긋나 있다. 인간관계가 어려운 것은 나와 너의 거리감이라는 것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이 친구들은 단지 '때가 되어, 만나게 된 것이 아니다. 이유와 확신을 가지고 만남을 유지하게 된 사람들이다.
처음 만났을 때 완벽해 보이던 셈이 시간이 지나면서 틀어져 버리기 일쑤다. 사람 사이의 거리감을 매번 셈하는 것은 고된 일이다. 그리고 우리는 익숙하고 편한 관계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나면, 고된 계산 따위에는 아예 흥미를 잃어버리기 일쑤다.
그래도 언제나 혼자 살아남기 위한 몸을 만드는 일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아마 남은 인생 여정에서도 그런 일을 평생 없을 것이다. 끝까지 버틸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혼자 살아남기 위한 몸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버틸 수 있는 것이 혼자서 영영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우리 옆에 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그런 일이 조금도 당연하지 않다. 우리 모두 동지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절대적 고독감을 느껴봐야 혼자보다는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일이 비할 수 없이 가치 있는 일임을 깨닫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간단한 것을 느끼기 위해 그렇게 힘든 고독과 싸워야 하느냐고 비웃을 수도 있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무언가를 깨닫는 데는 늘 큰 비용이 든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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