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외과학회 이사회의가 있었다. 대부분이 교수들이라 시작을 6시부터 하는데, 나는 항상 7시나 7시 30분부터 시작되는 개원의들의 모임 시간과 순간적으로 착각하여 1시간 늦게 도착했다.
어떤 모임이나 조직에서 회의를 하는 이유는 조직이 앞으로 나아가거나 발전시킬 핵심 가치와 비전, 그리고 신념이나 핵심 주제를 끊임없이 전파하고 공유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회의시간이 조직관리에서 가장 큰 낭비요소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화가가 하루종일 캔버스를 마주보고 앉아 나누는 대화가 작품으로 창조되어 새롭게 탄생하듯이 회의도 누가 어떤 그림을 생각하고 화면에 나타내는가에 달려있다.
냉전시절에 한 때 "회의 때 말 많으면 빨갱이"라는 경귀가 유행한 적이 있다. 말많음을 일하지 않고 책상머리에 앉아 말로만 떠드는 무능한 조직에서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한 자기 합리화나 변명의 행동이라고 평가절하하며, 한 마디 말보다 행동 하나을 우선시하던 사회의 한 단면이었다.
그러나 회의 자체는 조직 경영을 위한 필수적인 활동수단이다. 어떤 주제로 누가 어떻게 진행하고, 참석자들의 태도와 숫자에 따라 회의의 효율성의 차이가 굉장히 커진다. 회의는 모임 자체가 아니라 회의에 참가하는 사람에 따라 질적인 차별이 생긴다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15명 내외의 적절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찬성과 반대의 논리 비교를 통한 합리적인 의사결정 방법에 따라 자연스럽게 결과가 도출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회의 방법이다. 그런데 역사를 바꾼 위대한 결정의 대부분은 지도자가 직관에 의해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진 경우가 더 많은 것이 아이러니이기는 하다.
우리는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세상에서 안전하게 생존하기 위해 항상 다른 사람이나 환경과 협조하거나 자신을 변화시켜야 한다. 그런 생존의 연장선에서 회의 기법이 도입되었으며, 다른 사람으로부터 도전받지 않는 나의 확신은 안전한 전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아기가 넘어지면서 다시 도전하여 혼자서 서고 달릴 수 있는 것처럼 도전의 위험없이 이익을 얻거나 어떤 경험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것이나 똑같다.
시시각각 새로운 생각과 기술, 그것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상품과 문물, 그리고 삶의 방법들이 생겨나 오래 되었거나 불편한 것들과 자리를 바꾸고 있다. 이런 창조와 발전, 그리고 소멸이 우리 삶의 현실이며, 이런 "결코 정지한 것은 없으며, 모든 것이 변하고 있다"는 자연의 섭리를 이해하는 것이 진정한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길이다.
일상이 즐겁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고, 행복하지 않고, 우울해지고, 이것이 다시 성장 발전이 멈추게 하고, 조금씩 무너지게 만든다. 일상이 즐겁고 행복하다록 항상 생각을 바꾸고 적용방법을 발전시켜야 하는데, 그런 변화와 발전이 회의에서 시작된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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