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들도 자신의 놀이에 방해되는 주위의 변화나 어른들의 간섭에는 적절히 대응하지 않는 무관심 태도를 유지함으로써 어색한 순간을 벗어나는 방식을 알고 있음을 보게 된다. 세상은 이처럼 심각해 보이는 문제들일수록 발생 가능성은 낮은 것이 다행스럽다.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처방하는 약물 부작용이 대표적인 것이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어떤 것은 환자의 생명과 관련이 있는 것도 있지만, 그런 심각한 것일수록 발생 가능성이 낮으며, 심각성이 가장 낮은 부작용이 발진일 것이다.
대부분의 약물 부작용에 발진이 나오는 이유이며, 거의 90%의 부작용 사례들이 발진이다. 발진은 어떤 약물을 접하고 나서 피부가 벌겋게 달라오르는 것으로 이런 발진은 처음에는 가슴과 얼굴 등에 다도해처럼 하나씩 나타나다가 서로 연결되며 전신으로 퍼진다.
이런 발진도 놀라지만 않고 차분하게 대응하면 한동안 성난 기세를 떨치다 차츰 가라앉아 소멸된다. 우리 몸속에 숨겨져 있던 세세상이 순간적으로 나타났다가 서서히 사라지는 것이다. 침입자에 대한 우리 인체의 두드러기 반응이다.
견디기 힘든 정도로 가려움이 특징인 두드러기의 전개 양상은 영토 확장에 열을 올리는 침략자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우리의 온 몸이 지도로 변신해 노화와 질병, 부상 등 인생의 주요 사건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모든 환자들에게 두드러기가 나타나는 것도 아니며, 나타나더라도 심각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두드러기 없이 순조로운 경과를 보이며 지나간다. 헬스클럽에서 힘든 운동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가을이 일찍오면 겨울 동면할 시간이 충분해질 것이라는 예측은 바르지 않다. 내년 봄이 어떻게 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냥 매일 매사를 만족스런 마음으로 살아가며 그냥 아파서 입원한 것이 아니라 즐거운 이야기를 나눌 친구를 찾아온 것이다.
입원에 대한 거부감이나 두려움은 일단 내려놓고 조금 더 흡족한 마음으로 상황을 바라보면 그동안 쓸데없이 고집을 부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도 있다. 입원 같은 어떤 일은 절대로 마주치지 않겠다던 어리석은 고집은 저절로 꺽이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무 생각이 없이 마음이 편안하고, 머릿속은 새로운 에너지들로 꽉 찬 듯 상쾌하다. 마음 속으로 속삭여 본다. 이건 좋은 징조야. 하지만 너무 좋아하지는 말자. 겨우 오늘 하루 뿐이야. 흥분하지 말고 이 순간을 온전히 음미하자.
오늘 하루가 내 인생에서 가장 멋진 하루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할 수 없지만, 오늘 하루를 잘 견딜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아무리 많이 해도 넘치지 않는다. 그냥 이 특별한 세상의 일원이 되었다는 사실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내가 오늘 여기 있다는 사실이 말도 안 되는 일이 아니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