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때늦게 주룩주룩 내리는 진눈깨비을 맞으며 외과 개원의 협의회 학술지 편집회의가 있었다. 편집회의는 잡지 속에 담길 전체적인 이야기를 강조하거나 각색하거나 눈에 띄게 꾸미는 행위이다.
편집회의를 하면서 우리는 단순히 "목차" 혹은 "차례"라고 말하지만, 영어로는 "컨텐츠"라고 하는 이유를 이해하게 된다.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담으면 독자들이 즐겁고 유익하게 읽을 것인가의 입장에서 편집위원 각자가 재미있는 이야기꾼이 되어 매우 다양한 방법으로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평소에는 자신을 이야기꾼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적절한 조건을 갖춘다면 누구나 아이들에게 동화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해주던 어머니나 할머니같은 뛰어난 이야기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복잡한 것을 간단하게 하거나, 간단한 것을 복잡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상대의 관심에 따라 적절히 편집된다.
실제로 무둑뚝하지만 뛰어난 선수들이나 위대한 지도자들, 혹은 끔찍한 사고나 죽음의 질병에서 살아남은 많은 생존자들은 거의 전부가 희망적이고 낙관적인 태도로 자신의 목표에 집중하면서 현실적 장애를 뛰어넘었던 자신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야기는 대부분 지나간 일에 대한 정확한 설명에서 시작하지만, 과거의 일인만큼 정확한 사실이 대부분이지만 일부의 논픽션, 즉 꾸며진 이야기가 포함되게 마련이다. "나는 어디서 왔어?"라는 아이의 물음에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어머니의 얼버무림처럼 직설적으로 이야기하기 곤란한 내용들을 이야기할 때는 은근슬쩍 꾸밈이 들어가기도 한다.
아무리 거짓말을 하려고 해도 진실이 전혀 포함되지 않는 거짓말을 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가 거짓말을 하는 흔한 이유는 상대에게 깊은 인상을 주거나 관심을 끌거나 사랑을 받기 위해 위험은 조금 부풀리고 시간 순서는 조금 바꾸는 등의 자의적 의도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쇼하지 마!"라는 말이 있듯이 모든 이야기는 내가 만든 세계로 상대를 끌어들이기 위해 이전에 경험했거나 상상했던 상황들을 연극적인 수법을 통해 어떤 형태로든 현재의 관심사로 교묘하게 재구성하게 된다.
나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주는 사람은 내가 만든 한 편의 연극을 보고 내가 전하려는 경험이나 세상을 공유하는 관객이다. 즉 이야기를 통해 서로의 관심사에 교감할 수 있는 소통의 방법이므로 이야기를 잘 하는 사람이 서로 교감하여 함께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이야기 자체도 하나의 창조행위이며, 인간관계를 만드는 연결고리로 작동한다. 이야기를 하는 사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듣는 청중의 자세도 중요한 이유가 바로 두 사람이 함께 한 곳을 바라보고 느끼고 상상하면서 하나의 새로운 창조행위에 동참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말을 배우는 데는 2년이 걸리지만, 침묵을 배우는 데는 60년이 걸린다는 말의 의미를 생각하는 아침이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드림 |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