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사랑하는 후배의 모친상에 조문을 다녀왔다. 나는 다른 약속이 있어서 저녁 늦게 갔지만, 그 때까지도 조문객들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 참으로 보기 좋았다.
한 사람의 인생살이는 지극히 복잡하고 난해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가 만들어낸 그 어떤 것보다도 깊은 의미를 전해주고 있다. 그러므로 한번 되돌아볼 만한 가치가 있고, 그만큼 많은 보상과 만족감을 얻을 수 있으며, 나의 삶에 대한 통찰의 가능성을 열어줌으로써 세상을 이해하는 능력과 성장의 가능성을 넓혀준다.
죽음은 흔히 '인간다움'이라 칭해지는 인생을 만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통로다. 지금까지 불교적인 삶과 죽음의 의미에 충실하면서 많은 인생을 접했고, 그런 삶들이 나에게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에게도 경이로운 역할을 하는 것을 많이 봐왔다.
단백질 섭취가 운동선수에게 꼭 필요한 일이듯이 죽음은 우리의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일이며, 슬퍼만 할 일이 아니라 말 그대로 가신 분의 삶을 추모하고 배울 수 있는 교과서다.
"나는 바보"라는 김수환 추기경님의 말씀이나 "나에게는 꿈이 있다"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말을 접하면 그 분들의 세계에 들어가고 싶은 욕구가 끓어오르기도 하고, 호기심과 함께 사람들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는 문화가 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의 뛰어난 인생살이가 걸작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바로 거기있다. 어른이든 아이든 그 사람의 인생 세계에 들어가면 똑같이 큰 만족감과 열망을 얻을 수 있으며,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동일한 삶에서 나름대로 깊은 인식의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전혀 다른 점이 없다.
다른 이의 죽음이 나의 삶에 자극을 주기도 한다. 내가 어떤 수준이든 다른 사람의 삶의 세계에 들어가 내가 삶에서 겪는 온갖 의문을 제기하고, 나에게 다른 시각에서 보고 생각하라는 충고를 받기도 한다. 내가 부분과 전체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두 눈을 크게 뜨고 확인하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힐 때도 있다.
우리가 연애를 하게 되면 누구나 자기만의 애틋한 감정을 담은 연애편지를 쓰고 싶어한다. 수많은 걸작적 작품들에서 인용하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두 사람만의 세계를 더 아름답고 건강하게 만들 무엇인가를 만들고 거기에서 기쁨을 맛볼 수 있는 관계를 만들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우리 곁을 떠나가신 어떤 분의 죽음을 통한 영원한 이별의 장에서 그 분의 삶을 짧게 회상하면서 슬픔이라는 부정적인 내적 충동의 억제보다는 나의 삶을 더 열심히 아름답게 만들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되는 동기가 된다.
회고록이 없더라도 나의 죽음에서 나의 삶의 치열함과 만족감을 얻을 사람들을 생각하며 오늘 하루를 사는 나의 삶의 자세를 생각하게 된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이동윤 드림
|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