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학교에 늦어 시험을 치르지 못한 딸의 학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감기에 걸려 진료를 했다는 확인서를 써달라는 어머님이 오셨다.
그것은 공문서 위조 행위이므로 확인서를 써드릴 수 없는 사정을 설명드리고 아이들의 교육에도 좋지 않은 일이라는 사실이라 말씀드렸지만, 딸의 학교 문제가 더 심각한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진료했다는 그깟 확인서 한 장 써주지 못해 이리 저리 변명만 하고 있는 나를 아주 괘씸하게 생각하며 한참을 억지를 쓰다가 좋지 않은 기분으로 휑하니 진료실을 나갔다.
사회적으로 성공하는데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확실한 의지와 신용이 있어야 하며, 이는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는 말이다. 신용이 없는 사람은 사회에서 무시당하게 되고, 결국 혼자서는 아무 일도 하지 못하게 된다.
내가 누군지 스스로 알고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나는 누군가를 대표하고 있고, 내가 가지고 있는 신용카드까지도 나의 정체성을 대신하여 신뢰와 믿음을 주고 있으며, 신용을 통해 세상이 나를 믿게 된다.
내가 살아가면서 하는 언행은 세상에 흔적을 남기는 일이다. '공적인 이해관계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란 말이 그래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잠든 아이를 요위에 눕히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신중하게 내가 할 말과 행동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흔적이 남기 때문이다.
황금색나는 물건들에는 순금도 있고 도금한 것도 있지만, 순금은 어디를 잘라도 본래의 황금빛 성질이 그대로 나타난다. 세상에 정직을 파는 것만큼 나를 보호하고 믿게 하는 수단은 없는 이유다.
내가 상대를 믿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가 나에게 믿음을 주는 행위도 똑같이 중요하다. 내가 순금인지 아니면 도금인지 본질을 제대로 보여주고, 상대가 그 본질을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속담처럼 작은 거짓말 하나가 결국 엄청난 거짓말로 변하여 나의 본질을 없애버릴 수도 있다.
나의 신용관념은 살아오면서 스스로 증명한 삶의 지혜이며, 행복이나 삶과 죽음까지 결정할 수 있으며, 앞으로 나가거나 특정한 방향으로 세상이나 사물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들어 편견을 부르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되어주기도 한다.
신용은 미래가 아니라 오늘, 당장, 현재, 이 순간의 삶의 의미를 나타내는 핵심이며, 내가 세상을 향해 접근하는 동력수단인 동시에 내가 쓰는 삶의 이야기 속 주인공처럼 살기 위한 열정과 반복적 체험을 통해 만들어진다.
신용은 '그저 좋은' 정도가 아니라 '정말로 멋진' 행복을 향한 삶의 여정에서 진지하게 눈여겨 봐야하는 가치있는 세상과의 연결고리이다. 그것을 통해 장기적인 나의 삶에 보상을 받을 수 있고, 나만의 세상 만들기 작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무척 자연스러운 현상이란 사실을 재확인하게 된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냥 흘려넘길 정도의 평범한 것은 없다. 현실을 열정적으로 읽으려는 사람에게는 장소나 시간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