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친구 아들은 장가가고. 후배 딸은 시집간다는 행복한 소식을 전하는 청첩장이 왔다. 참 반갑다. 그런 청첩장을 받을 때마다 짧은 순간이긴 하지만 나의 결혼식 광경과 살아온 삶을 회상하며 집사람에 대한 고마움으로 마음이 훈훈해진다.
살다보면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이지만, 하게 되는 일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결혼식 주례다. 내가 과연 젊은이들의 새로 시작하는 삶에 축하의 말 외에 어떤 삶의 철학이나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줄 만한 사람이 되는가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어찌되었거나 공직에 있을 때는 많은 부탁을 받았지만 단칼에 거절이 가능했는데, 인생 후반에 나도 개원이라는 새로운 삶을 시작한 이후 주위의 강요에 의해 몇번 주례를 한 적이 있다.
우리가 결혼할 때 주례사에서 항상 듣던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 놓을 때까지",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같은 말은 쓰지 않는다. 대신에 평생 "지금의 열정적인 사랑이 두 사람을 사로잡고 있도록" 서로의 관계를 잘 관리하고 유지하라고 당부한다.
무엇인가를 새로 시작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익숙한 과거는 잊어야 한다는 말이므로 쉬운 일이 아니다. 출발선 바로 앞에 큰 오르막 언덕이 떠억 버티고 있을 수도 있고, 심신이 풀려 탄력을 받기도 전에 완주에 대한 걱정이나 불안감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
마라톤 대회 경험이 많은 사람은 이런 압력을 상대적으로 쉽게 극복하고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지만, 시작과정에 있는 신참들에게는 자신의 결정을 신뢰하거나 완주를 확신하지 못하는 큰 실망으로 다가올 수 있다.
새로운 삶에서 경험하게 되는 새로운 상황들을 어떻게 해결하고, 왜 그렇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잘 해낼 수단을 강구할 수 없고, 내가 도대체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나 하며 앞날에 대한 불안감만 앞서게 된다.
모든 부정적인 생각도 긍정적인 생각들처럼 나의 마음 속에서 생성되고 자라서 나의 평온한 현실에 분란을 일으키는 탁월한 역할을 하는 나쁜 형태없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부드럽지만 용감하게 맞서서 다독이고 풀어주고 날려 버려야 한다.
익숙한 삶에 머물려는 마음의 저항적 힘이 세지만, 새로운 전략을 구상하는 창의력이나 융통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가랑비에 옷젖는다는 식으로 새로운 일을 한다는 사실에 흥분하지 말고 조용히 신중하게 행동함으로써 상당히 효과적으로 잠재울 수 있다.
달리기에 대한 열망을 주체하지 못해서 첫날부터 당장 10km를 달리려고 하면 성공하지도 못하고 통증이라는 부정적 휴유증만 몸에 남는 것과 똑같다. 처음에는 빠르게 걷는 것부터 연습하거나 짧은 거리을 걷다 천천히 뛰기를 반복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작은 성취에서 얻은 만족감이 조금더 큰 목표를 성취하는데 필요한 근육을 만들어주게 된다.
내가 창조하려는 새로운 세상이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이고, 그런 세상은 한꺼번에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사회적으로 어려운 소아암 환우들을 돕는데 나의 달리기 재능을 이용하는 식이다. 지금까지 나 자신의 건강만을 위해 뛰었던 달리기도 형태를 바꾸면 자선과 봉사의 모습으로 일년에 단 하루 만이라도 힘든 우리 이웃과 함께 웃을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참가자 모두와 함께 나눌 수 있다.
이런 새로운 삶의 경험에 대한 만족감이 확산되어 우리 소아암 환우돕기 서울시민 마라톤 대회가 만족스러울 만큼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충분히 커진다면 더 크고 건강한 새로운 세상 만들기를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삶에서의 성공은 탁월하게 잘 처리한 일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습관을 유지하는데 있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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