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흔이 넘은 환자분이 오셨다. 지난 번에 오셨을 때보다 눈에 띄게 수척해지셨고, 이제는 따님의 부축을 받으면서 오셨다. 3년 전에 협심증으로 심장 수술을 하셨지만, 이제는 심장약을 드시지 않는다고 한다.
자주 소변 보는 일 때문에 잠자기 불편하니 전립선비대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약만 2달치 달라고 하신다. 모시고 온 따님께서 빨리 죽겠다고 하면서 두 달치나 기간을 꼭 집어서 이야기한다며 웃는다.
우리나라도 이제 가장 많은 사망원인이 감염병에서 고혈압과 관상동맥질환 같은 심장혈관병, 당뇨병, 알츠하이머병, 관절염 같은 만성병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가장 많은 사망원인이 심장병이며, 원인으로는 가족력과 체중, 운동, 성격, 콜레스테롤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관련 요인들은 모두 나 자신의 습관적 행동과 관련이 있다. 즉 내 몸에 대한 책임은 내가 스스로 선택한 결과이므로 나 자신이 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개인의 의식적인 행동이 아니라 그런 행동을 조장하는 무의식적 사고 과정이나 사회적 구조의 영향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만성질환이 늘어나게 마련이고, 이런 만성질환은 환경과 생활습관이 중요하기 때문에 담배를 끊고 규칙적으로 운동하거나 긴장을 풀고 특정 음식을 피하는 등 자신의 행동을 바꿈으로써 50% 이상을 예방가능하다.
그런데 우리 국민은 의사의 권고보다 가족이나 친구의 조언을 더 따르거나 자신의 노력보다 보약 등 돈으로 해결하거나 의존하려는 경향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만성질환자가 의사의 권고를 따르지 않아 발생하는 비용이 의료비의 약 30%에 달한다.
암 환자의 25%가 처방대로 약을 먹지 않고 있으며, 신장이식 환자의 20~50%, 심장이식 환자의 30%가 식단이나 금연의 권고를 지키지 않거나 면역억제제의 섭취와 혈압관리, 혹은 진료약속을 지키지 않으며, 이식환자의 25%가 이로 인해 사망한다.
당뇨병이 있는 내 친한 친구도 나의 조언을 듣지 않아 대학병원에 있는 당뇨전문 교수에게 의뢰했지만, 그래도 주치의의 지시를 듣지 않고 약을 먹지 않고 운동을 지나치게 하면서 음식도 마음대로 먹다가 결국에는 완전히 탈진해 쓰러졌다.
"마음에 들지 않는 시어머니 욕하면서 닮는다"는 속담처럼 아마도 자신의 어렸을 때의 가정환경에서 부모나 주위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형성된 부정적 인식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음 가는 곳에 몸도 가듯이 정신과 신체는 항상 함께 한다. 의료체계에 따르지 못하는 사람들은 무언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신뢰를 적극적으로 형성하지 못하는 대신 그것을 보상하기 위해 나름대로 완벽함이라는 강박적인 경향이 있다.
흡연, 운동부족, 자기 파괴적 행동 같은 가장 평범한 생활습관들이 가장 중요한 건강행동들이다. 이것을 의사들의 말이 아니라 홍보광고를 통해 이해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사회적 현상이 안타깝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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