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하다가 넘어져 무릎에 찰과상을 입은 어린 아들과 젊은 엄마가 왔다. 어머니는 계속 첫 마디가 "이제 안와도 되지요?"다. 어제는 "왜 그러시냐?"고 물었더니, "조금 긁힌 것같고 무하러 3일 이상이나 병원에 오느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봉사활동 가서 발목을 벌레에 물려 가려움을 참지 못하고 긁어서 2차 감염으로 염증이 엄청 심한 젊은 아들과 늙수레 아빠가 왔다. "아니, 왜 이 지경이 되도록 치료받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벌레에 물려 조금 부은 것 가지고 무슨 병원에 오느냐?"는 아버지의 대답이다.
아들은 자기 몸이 아프고 걱정이 되어 병원에 치료받으러 가고 싶은데, 엄마나 아빠가 자신의 어릴 적 경험을 토대로 필요없다고 하면 참는 수 밖에 없다. 요즘은 계절적으로 다친 환자들이 많은데, 중요한 것은 아프고 고생하는 것은 자식이지 충고하는 부모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나중에 더 많은 치료비를 부담하는 것은 부모지만...
질병을 설명할 때 의학적 용어로만 설명해주기를 요구하는 환자도 있고, 몸의 기능을 세포와 분자 수준으로 환원하는 것은 정신적인 측면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사람도 있다.
질병은 정신과 신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다. 의사의 역할은 정신과 신체가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어떻게 서로 반응하는지를 밝히고 원만하게 조율기능이 회복되게 하는 것이다.
질병의 원인이 무엇이든 환자나 보호자, 의사의 노력은 모두 원인이 무엇이며, 어떻게 치료하는 것이 환자에게 최상의 선물이 될지를 결정하고 책임지려는 것이다.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제발 그 과정, 특히 암환자들의 치료에 관해 훈수하지 말아야 한다.
열나고 기침하고 가슴에 통증이 있는 환자에게 원인에 대한 설명없이 그냥 "감기네요!"라고 말하며, 가장 좋은 약을 처방하는 의사도 있고, 그런 것을 원하는 환자나 보호자도 있다. 반면에 기침의 원인이 공해물질이나 꽃가루, 음식, 혹은 냉방기의 찬 공기나 공기를 통해 전염되는 바이러스나 세균 때문이라는 설명을 듣고 마음이 편해지는 환자들도 있다.
께끗하지 않는 공기나 너무 많은 꽃가루, 너무 강한 냉방기에 화가 나거나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왜 기침을 하는지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건강한 실험 참가자들에게 감기 바이러스인 리노바이러스를 반복적으로 노출시킨 결과, 리노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는 감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실직이나 이별 등 인생에서 어려운 일이 닥치러나 마음이 아플 때, 즉 감정적으로 고통을 겪으면 바이러스에 쉽게 감염될 가능성이 정말 커진다는 사실이다. 몸이 약해지면 쉽게 감기에 걸린다는 사실은 일면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 실험의 결론은 병을 일으키는 요인이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것 하나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감기는 사람들이 일년에 2~5번 정도, 학생들은 7~10번까지도 걸릴 수 있는 조금 귀찮은 사건일 뿐이라 생각하는 감기도 환경이나 몸의 상태가 함께 개선되지 않으면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나의 질병에 하나의 원인이 있다는 생각은 합리적 관점이기보다는 체계적인 신념에 가깝다. 건강한 성인의 5~10%, 건강한 아이의 20~40%가 입안에 폐렴 연쇄상 구균을 가지고 있지만, 모두 폐렴에 걸리지 않는다. 유행성 독감 바이러스나 위암의 원인균이라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도 똑같다.
'베르테르 효과'라는 것이 있다. 신문이나 텔레비젼에서 유명인의 자살을 대서특필하면 그를 모방해 자살률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면 자살의 원인에 유명인의 자살 뿐만 아니라 이를 보도한 신문과 테레비젼도 자살의 원인에 포함시켜야 할지 타당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올지도 모른다.
질병의 원인은 외부 환경과 내부 환경의 상호관계에서 만들어지는 하나 하나의 사건들이다. 자신의 내, 외부의 환경을 건강하게 유지하면 질병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어렵기는 하지만...스트레스를 줄이고 충분히 잠자고 적절한 영양을 공급하고 물을 많이 마시고,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항상 남을 도우려는 마음으로 즐거운 생각을 많이 하며 사는 것.
설사 부모라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질병에 대해 자신의 관점에서 아전인수식으로 이야기하거나 판단하는 실수를 피하고 상대의 입장에서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말도 되겠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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