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일요일 하루를 가평과 양평에 걸쳐있는 유명산을 왔다리 갔다리 뛰어다니는 한 가지 일로 바쁘게 보냈다. 덕분에 트레일 런닝 외에는 다른 일은 아무 것도 못한 채 휴일을 사용하였다.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바쁜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 잘 나가며, 자신의 삶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유능하고 성공적인 사람들이다. 그래서 시간이 없다는 것을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는 이유다.
사실 시간이 너무 많은 것이 더 고통스럽다. 시간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더 가치없는 사람처럼 느낄 수 있고, 이런 생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비효율적인 존재라는 양심의 가책 때문에 나도 빨리 분주하고 바쁜 삶을 회복하려 노력한다.
"나이들수록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는 어르신들의 말씀도 인생은 길어할 시기에는 짧고, 짧아야할 때에서는 길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것을 할까 저것을 할까, 이리로 갈까 저리로 갈까 양자택일을 하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시간 때문이다. '시간'이라는 놈이 '지금 이 순간'을 잡아먹고 있다. 우리 생각이 대부분 미래나 과거에 얽매여 있는 것도 '지금 이 순간'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거나, 지금 당장 해야할 일보다 예전이 훨씬 나았다거나 앞으로 해야할 일을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도 시간이 지금 히 순간을 모두 잡아먹어 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다음 2주간 조금 더 규칙적인 달리기로 거리를 좀 유지하며 잘 버티자. 그러면 영동 마라톤 대회 4시간 40분 페이스 메이커를 좀더 완벽하게 할 수 있을꺼야'라고 이런 추측을 하며 앉아있는 '지금 이 순간'에 가능성의 시간은 사라져 버린다.
그리스 신화에 시간을 지배하는 신이 크로노스(Chronos)로 매우 잔학한 신이다. 크로노스는 아버지의 왕위를 빼앗고, 자신도 자식들에게 왕위를 빼앗길까 봐 자식이 태어나자 마자 차례로 삼켜버린다. 이것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존재는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죽거나 소멸되어 사라진다는 시간의 파괴적 속성을 의미한다.
막내인 제우스만이 어머니의 지략으로 이 운명에서 벗어나 최고의 신이 된다. 반면 시간괴물 크로노스는 만성(chronic) 불만과 만성 스트레스, 만성 질병에 시달리는데, 자신의 손자이자 제우스의 막내아들인 카이로스(Kairos)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카이로스는 한번 지나가면 돌이킬 수 없는 기회의 신으로 사람들이 쉽게 붙잡을 수 있도록 앞머리는 길고, 지나가면 다시 붙잡지 못하도록 뒷통수는 대머리이며, 가능한한 빨리 사라지기 위해 어깨와 발 뒤꿈치에 날개가 달려있다.
기회의 신을 붙잡는 사람만이 시간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수 있느며, 재물이나 사회적 지위같은 것이 몰두하는 사람은 크로노스의 거대한 입속으로 빨려들어가고 만다.
시간을 이기는 방법에 대한 시간관리, 생활과 일의 조화같은 무엇이 절박하고 중요한지에 대해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지금 이 순간만 확실하게 잡고 있으면, 우리는 영원히 살 수도 있다는 사실말이다.
재산을 지키는 마음만큼 시간을 지키는데도 인색해지면 된다는 말이다. 내 앞에 남은 시간이 얼마만큼 여유가 있는지 알게 되면, 내가 속절없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된다.
60살에 은퇴하면 한가하고 여유롭게 이웃을 도우며 살겠다고? 60살까지 산다는 보장이 어디 있나? 누가 모든 것을 나의 뜻대로 될꺼라고 확인해주나?
내가 해야할 유일한 일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일이나 의도를 내일이나 훗날로 미루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능동적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나 가능성을 선택하는 여유를 되찾는 것이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한 주 시작하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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