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주요 일간지 한 곳에 서울 시내 유명 병원의 명의라는 분들이 소개되었다. 세부 전문 분야와 외래 대기 및 수술대기 시간 등이다. 그런 기사를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을 어쩔 수 없다.
의사를 의사로 대접하기보다 한 사람의 전문 기술자로서의 상품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 기사를 기획한 분은 현재 우리나라 의료의 문제의 핵심을 볼 줄 모르는 사람이 독자들을 오도하고 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에도 요즘 대체의학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대체의학이란 병원의 표준화된 치료 이외에 환자들이 이용하는 증명되지 않거나 비정통적이고 보조적인 요법으로 과학자나 임상의사의 평가에 근거하여 증명되지 않았거나 현재 권장되지 않는 예방과 진단, 그리고 치료에 사용되는 검사나 치료 방침을 통틀어 지칭한다.
대체의학이 다루는 범위는 증상완화에서 치료를 목표로 하기도 하며, 특정한 의학적 문제에서 인간에 관한 전체적인 관점이나 가정에서 전해오는 간단한 처방에서 복잡한 제조과정을 거치거나 매우 효과적인 것에서부터 해악이 큰 것 등 다양하다. 그러나 그 효과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해 제도권 의료계에서는 정식으로 인정하지 않는 치료법이다.
미국의 국립위생연구소(NIH)가 분류한 대체의학은 식이, 영양, 정신, 신체기법, 생전자기장(bioelectromagnetics), 전통요법 및 민간요법, 약물 및 생리적 치료, 수지요법(manual healing methods), 약초요법 등이다.
현대의학이 환자 개인의 삶과 개성을 제쳐두고 신체기관에 집중하게 되면서 다양한 대체, 보완치료의 방법으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통계는 없지만, 미국에서는 대체의학 치료사를 찾는 사람이 1차 의료기관을 찾는 사람보다 더 많다고 한다.
한 시간 기다려 진료시간은 15초라는 희극적인 진료환경에서 생기는 당연한 변화가 아닐까 싶다. 환자들은 의사가 자신의 이야기를 듣거나 자신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진료를 한다고 불평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주의깊게 제대로 들어주지 않고 성급하게 진단을 내린다고 많은 환자가 짜증을 낸다. 의사가 자신을 거들떠보지도 않으며, 자기와 의사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화를 내는 환자도 있다.
환자는 '몸은 각 부분의 합이며, 각 분야의 전문의들을 짜집기한 형태'의 병원에서 사람이 아니라 질병을 연구하는 의사보다 자신을 인정해주고 환대해주는 치료자를 찾기 마련이며, 이런 변화 사실을 자신을 진료하고 치료하는 의사에게 말하지 않는다.
의사가 환자의 말을 제대로 듣고 있다는 사실을 환자가 알면, 환자 입장에서는 의사가 환자 입장을 고려하면서 환자 상태를 해석한다고 느낄 것이다.
의사는 환자의 스트레스와 생활습관, 그리고 행동이나 심리적 문제까지도 감안할 수 있어야 하며, 환자가 이렇게 느끼지 못하면 환자는 의사가 자신을 오해할 수도 있다고 믿고 위험하지만 의사의 처방을 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 의사의 지시를 무시하는 것이 환자 자신에게 치명적일 정도로 중요한 일일 수도 있는데, 하찮게여길 수 있다는 말이다.
환자는 의사의 진료를 받으면서 의사의 경험과 학식에 의지하고자 하는 소망이 있게 마련이지만, 이런 소망은 곧 한계에 부딛치게 된다. 대부분이 전문의들인 개원의사들은 환자의 질문에 응답하고 반응하고 맞서고 환자를 다루면서 환자를 대하는 기술을 익힐 기회가 없었다.
자신의 특정 전문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전달하는 소임만 배운 나머지 환자는 사람이 아니라 몸의 한 부분이 되어 버린다. 환자가 아주 훌륭한 진료와 치료를 끝내고도 우울하고 약해지는 이유다.
환자를 질병이 아니라 온전한 사람으로 대하면서 질병과 환자의 관계를 연구하려는 자세가 정통의료나 대체의학의 논란을 떠나 더 본질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되는 이유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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