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진료실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삶을 힘들어 한다. 힘들다는 말은 인상 쓸 일은 많지만, 마음 놓고 웃을 일이 너무 없어 몸과 마음이 무겁다는 말이다.
우리에게 얼굴이 있는 이유는 먹기 위해서도 세수하기 위해서도 아니라, 오직 웃기 위해서라는 말이 있다. 또한 내가 웃으면 상대도 편안해지고, 굳게 닫힌 마음의 문도 열게 되어 세상살이를 가로막는 모든 문을 열수 있는 만능열쇠라고도 한다.
상대가 웃으면 나도 모르게 따라서 함께 웃게 되고, 그러면서 소속감이나 일체감을 느끼게 된다. 함께 웃을 수 없는 사람은 같은 소속이 아니라는 말이다.
어떤 자리에서 함께 웃는다는 것은 암묵적인 동의를 바탕으로 하여 함께 웃는 모든 사람들의 결탁을 의미한다. 무엇 때문에 웃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웃음 때문에 모임자리가 유쾌해진다는 것이다.
매력적으로 아름답게 웃는 얼굴은 마주앉은 상대에게 호감을 줄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행복하게 만든다. 상대가 느낀 행복이 다시 나에게 돌아와 내 운명을 바꾸어 놓기도 하는 것이 연애다.
살아가면서 돈 들이지 않고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미소와 칭찬, 존중과 배려 같은 것들이다. "웃는 얼굴에 침뱉으랴"는 속담이 그래서 나오지 않았을까.
진료실에서 나는 95%의 이성과 5%의 감성으로 상대에게 다가가지만, 상대는 5%의 이성과 95%의 감성으로 나를 대한다. 그 95%의 감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나의 얼굴에서 만들어지는 미소와 웃음이다.
환자는 내가 하는 말과 상관없이 나의 웃음에 대한 호감 반응으로 여유로움과 편안함을 느끼게 되고, 나의 전문성을 의심하려 드는 마음과 부정적인 생각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서 상호간의 신뢰가 강하게 만들어진다.
우리는 상대가 왜, 무엇 때문에 웃는지가 아니라 웃는다는 사실 때문에 호감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연인들은 함께 웃으며 즐거워하고, 즐거움을 느끼는 동안은 근심거리가 사라지게 된다. 두 사람 사이에 웃음이 사라지면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웃음은 그냥 어떤 것이 웃습다고 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경험상 기대되는 것이 나의 자유의지와 상관없이 무너졌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만날 사람이 아닌 엉뚱한 사람을 만났거나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몇 번이나 반복해서 만나게 되거나, 평소처럼 의자에 앉았는데, 의자 다리가 부러져 있어서 바닥에 넘어질 때처럼 전혀 기대하지 않은 일이 일어날 때 웃음이 나온다.
우리는 웃음을 좋아하는 만큼 비웃음 역시 좋아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연애할 때는 상대가 좋아서 웃지만, 헤어지기 전에는 상대를 비웃는 웃음을 웃게 된다. 그러면서 상대에 대한 감정이 식어가는 것이다.
나의 즐거움울 위해 상대의 자유의지와 상관없는 바보역할을 지정해 주고, 충실한 역할을 보면서 웃음을 짓는다. 그러나 상대는 스스로의 역할을 즐거워해야 연인이 지정해준 바보역할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함께 웃지만 서로 다른 방식으로 웃고 있으면서 그 차이를 모르기 때문에 헤어지게 되는 것이다.
밝은 웃음을 아끼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인색한 일이라는 말처럼 눈가의 근육을 조금만 움직여서 한두 번 미소 짓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안겨줄 수 있다.
미소는 지친 사람에게는 회복을 위한 안식을 주고,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는 희망의 빛을 주고, 슬픈 사람에게는 기쁨을 주는 만병통치약이다.
미소는 이처럼 특별한 가치를 지니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주기 전까지는 사거나 구걸하거나 훔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래서 어린아이의 웃는 모습을 보기 위해 다 큰 어른들이 평소 하지 않던 온갖 아양을 다 떨게 된다.
웃을 줄 모르면 장사를 하지 마라는 유태인 속담처럼 먼저 웃는 사람이 주도권을 잡게 되는 마음 놓고 크게 웃는 밝은 웃음이 모든 인간관계의 장애를 무너뜨리는 진정한 해결책이다.
많이 웃는 하루 되세요!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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