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을 의미하는 친구를 나는 나이가 비슷하거나 아래지만 가까운 사이의 사람을 친근하게 부르는 말로도 많이 사용하는데, 이런 막역한 친구 사이의 정이 우정이다.
우정을 나타내는 사자성어가 많은데, 지초(芝草)와 난초같이 향기로운 사귐이라는 뜻으로, 친구 사이의 맑고도 높은 사귐을 이르는 지란지교(芝蘭之交)가 가장 잘 알려져있다. 명심보감(明心寶鑑)의 교우(交友)편에 나오는 말이다.
또 두 사람의 마음이 같으니 그 예리함이 금석(金石)을 자를 수 있고, 같은 마음에서 나오는 말은 그 향기가 난(蘭)과 같다는 의미의 역경(易經) 계사전(繫辭傳) 상(上)권에 나오는 금란지교(金蘭之交)도 있다.
사기(史記) 관안열전(管晏列傳)에 "나를 낳은 것은 부모이지만 나를 아는 것은 오직 포숙 뿐이다"라는 말로 유명한 중국 춘추 시대 제나라 환공 때의 명재상인 관중과 그를 믿고 끝까지 밀어 준 포숙과의 우정을 나타내는 관포지교(管鮑之交), 삼국지 제갈량전을 보면, 유비와 제갈 량과의 사이가 날이 갈수록 친밀하여지는 것을 관우와 장비가 불평하자, 유비가 그들을 불러 “나에게 공명(孔明)이 있다는 것은 고기가 물을 가진 것과 마찬가지다. 다시는 불평을 하지 말도록 하게”라고 타일러, 관우와 장비는 다시는 불평하지 않았다고 하는데서 나온 수어지교(水魚之交)는 원래 물과 고기의 사귐이란 뜻으로, 고기가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는 것과 같은 관계를 말한다.
또 물과 같은 담박한 사귐이라는 뜻으로, 교양이 있는 군자(君子)의 교제를 이르는 말로 담수지교 (淡水之交)가 있고, 어릴적 대나무로 말을 만들어 함께 타고 다녔다는 죽마지우(竹馬之友), 신분이나 지위 혹은 명리를 떠난 순수한 힘들고 어린시절부터의 사귐이라는 포의지교(布衣之交), 간과 쓸개를 서로 내놓고 보인다는 뜻으로 서로 마음을 터놓고 허물없이 지내는 친구 사이를 뜻하는 간담상조(肝膽相照), 또 백아절현(伯牙絶絃: 知音)이라 하여 초나라 백아가 거문고를 타는데 이 마음을 알아주는 종자기를 만나 교분을 쌓다가, 종자기가 죽은 후 백아가 거문고 줄을 끊어 버렸다는 뜻으로, 자기를 알아 주는 절친한 벗, 즉 지기지우(知己之友)의 죽음을 슬퍼함을 이르는 말로 우정의 최고 경지인 '지음"을 의미한다.
우리가 보통 친구나 우정이라 부르는 관계는 가까운 사이의 지인들 사이에서 가능하며, 이런 관계는 특정한 계기가 있거나 모종의 이득을 위해 만들어지고 결합되는 관계로 요즘처럼 무선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상에서 친구라는 개념이 예전의 본래 의미와 많이 달라 현실과 가상의 세상을 구분하지 못하고 헷갈리게 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얻을 수 없는 것을 기대하다가 마음먹은 대로 얻지 못할 때는 억울하다고 생각한다. 위로를 받기 위해 친구를 찾아가지만, 그 친구 또한 일 때문에 바빠 시간을 내지 못하면 배신당했다는 생각에 스스로 더 비참해진다.
친구와 타인의 관계가 희미해지면서 우정의 진정한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결국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무뚝뚝해지고, 아무도 신뢰하지 못하게 되면서도 친구 행세는 여전히 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서야 진정한 우정을 판단할 수 있게 되지만, 우리는 생산적인 것에 힘과 관심을 집중하여 쏟아붓고 싶어하기 때문에 어디에도 명확하게 규명되어 있지 않는 진정한 우정의 존재여부와 사용설명서를 알고 싶어한다.
그런 규명이 없기 때문에 친구에 대한 여러가지 사자성어가 의미를 가질 수 있고, 의무감으로 친구를 도우는 행동은 그것은 우정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 대한 형식적인 배려일 뿐임을 알게 된다.
내가 친구와 만나 모든 것을 이야기할 수 있지만, 우정 자체를 거론하거나 화제로 삼지는 않는다. 우정 자체를 대화에 끌어들이는 순간 우정에 도적적 요소가 개입되고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일들에 대한 책임이 상대에게 있음을 강조하게 된다.
수십년 유지해오던 우정의 토대에 금이 가고 깨어지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책임을 바탕으로 서로의 관계에 대해 새롭게 규정하려 하기 때문이다.
우정을 나누는 친구 사이에는 잘못과 허물도 함께 직접 판단해야 하며, 끈끈한 우정은 솔직함, 자제심, 배려 같은 기본적인 인간적 바탕에 기초하고 있으며, 의무라는 것이 존재하기 않기 때문에 책임 또한 없으며, 굳이 따진다면 상대가 아니라 나에게 유지 책임이 있다.
세상에 나의 가장 절친하고 진정한 친구는 바로 나 자신이다. 다른 모든 사람들과의 친구 관계가 산산조각이 나도 나 자신만은 항상 그 자리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나 자신이며, 나 자신을 믿고 이해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해가야 하는 이유다.
우리가 사라져도 나와 나 자신의 관계는 끝까지 남아 바로 다른 사람과의 우정의 전제조건이 된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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