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영동 마라톤 대회에서 4시간 40분 페이스 메이커로 달렸다. 42.195km를 완주시간에 맞춰 똑같은 속도로 달리기 위해 그저께는 진료가 끝난 후 한강 둔치에 나가 km 당 6분 40초의 속도감을 익히고, 혼자 성공적인 임무완수를 다짐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원칙에 따라 삶의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그런 여러 원칙들 사이에 모순이 나타나지 않는 한 아무도 이의를 제가할 수 없다.
내가 하는 행동은 나의 책임하에 이루어지며, 나의 행동이 대외적으로 나를 대표하게 된다. 그러므로 가능하면 품위와 절도가 있고 한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도록 신중하게 행동하게 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나나 가까운 지인들의 행동은 좋게 좋게 바라보게 된다. 심지어 그렇게 포장하기까지 한다. 나의 주위에는 선한 사람만 있지 나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선하지 않는 행동들은 동화나 신화에서나 볼 수 있고, 현실에서는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민들의 생활을 억압하고 학살하는 북한 김정일 정권이나 종교적 교리에 바탕을 둔 현재의 전쟁들, 혹은 자신의 지위나 권력을 이용한 여러가지 악행들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지만, 나에게는 이런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 주위에도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나쁜 사람이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그저 별명이나 하나 지어주고 좋지않는 성격을 조롱해버리며 끝낸다. '있을 수 있지'라며...
도적적 잣대를 무시하거나 비웃으며 나보다 더 많은 것을 쟁취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그냥 양심불량이라거나 수완이 좋다고 말하지만, 나쁜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 사람들의 행동 또한 자신의 완벽한 삶을 위한 불가피한 행동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비난하면서도 일부 부러워하기도 한다.
사회에서는 논리적이고 사실에 입각한 설명만이 통제력을 갖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큰 사건이 나면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권위있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열심히 눈과 귀를 기울인다. 성격장애나 편집증에 시달리는 사람이라는 설명에 고개를 끄떡이며 그 사람에 대한 걱정을 떨쳐버리고 마음이 편해진다.
나 자신도 비정상적으로 옳지 않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배제하며, 나는 언제나 사회를 위해 옳은 일을 할 뿐 옳지 않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
요즘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이념적 논쟁의 바탕에도 사실은 자신의 기존 시각에 들어맞는 자료만 설득력있거나 조리있다고 보며, 자신의 신념에 상반되는 상황의 결함을 손쉽게 알아내는 만큼 부합되는 자료에서는 결함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자신의 호불호의 원칙에 따라 완전히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는 말이다.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는 더욱 신념을 강화시키지만, 논박하는 상황은 그냥 무시해버리며 자신의 신념을 손상시키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려 한다.
칭찬이나 격려을 받을 경우 다음에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잇을 것이라 생각하는 이유는 내 자신이 성공이나 실패에 정서적으로 매여있기 때문이 아니라 나의 신념, 즉 나 자신이 만들어 둔 삶의 가치 기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어떤 사건이나 현상에 대해 비합리적으로 완강한 신념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행동에 부합되는 그럴싸한 이유를 곧바로 찾아내게 된다는 말이다.
평범하고 건강한 사람이 의도하지 않게 선의로 한 행동이 결과적으로 반사회적인 옳지 않은 행동이 되었을 때에도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우연히 혹은 운 나쁘게도 그 때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은 변명이 될 수 없다.
우리에게는 사고능력이 있고 기본지식에 대해 논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생각하지 않고 어떤 일을 선택하거나 결정했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행동이 왜 옳지 않는지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옳은 일 또한 결코 이해할 수 없다.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생각없이 행동하게 되거나 반사회적 행동의 의도하지 않는 공범자가 될 수 있다.
어제 대회는 섭씨 30도를 넘는 뜨거운 한 낮의 햇살아래 42.195km를 분초의 시간을 따져가며 힘들게 달리면서 왜 내가 이 고행을 사서 하는지 생각하는 보람있는 시간이었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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