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좁은 진료실은 언제나 신체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로 붑빈다. 신체가 손상된 외상 환자들 뿐만 아니라 식이장애로 표현되는 문제나 올바르지 못한 신체적 습관, 혹은 운동장애 등으로 표현되는 문제들로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도 찾는다.
배를 집어넣고 싶다거나 맑고 밝은 피부를 갖고 싶다거나 젊은 외모와 자세 혹은 건강을 갖고 싶다는 환자들의 바램을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의사는 아무도 없다. 정도의 문제이긴 하지만 그런 인식 자체는 오히려 격려할 일이다.
사회가 서구화된 사회로 발전해 가면서 몸이 일련의 시각적 이미지로 변화했으며, 사람들도 서서히 마음 뿐만 아니라 멋진 몸을 추구하며, 간혹 지나치게 집착하는 문화 또한 함께 번져가고 있다.
이런 현상들은 몸에 대한 집착 뿐만 아니라 건강에 대한 관심, 도덕적 노력 등 갖가지 모습으로 포장되어 나타나지만, 어쨌거나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몸으로 무언가를 대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듯하다.
그런 심리적 바탕에는 있는 그대로의 내 몸은 전혀 바람직하거나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 몸은 나의 개인적 문제와 열망과 에너지를 집중시키기에 알맞고 적절한 변화 대상이라는 생각이 차지하고 있다.
나를 지탱하는 하드웨어적인 몸이 이제 나를 조절하는 소프트웨어적인 몸으로 인식이 바뀌었다는 말이다. 당파싸움에 혈안이 된 우리나라 국회인들에게나 어울릴 듯한 열정과 사고, 그리고 관계맺기 같은 형태들을 나의 몸에 집어넣으려 하고 있다.
지금 시대는 마음이나 정신보다도 오히려 몸이 나를 전시하고 표현하는 공간이 되어 버렸기 때문에 내가 상상하는 대로 몸을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 그만큼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본다.
그저께 끝난 2011 대구 세계육상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의 몸에서 느끼는 건강감, 민첩성, 화려함, 생식력, 정력감, 강인함, 지구력, 근력 등의 가치들이 불안정하고 달성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거부되고 있는 것이다.
대신에 감각들이 제멋대로 흐트러져서 반드시 관리해야 하는 몸이 아니라 느낄 수 있는 몸, 만질 수 있는 몸, 만져지는 몸, 혹은 안정된 몸을 연기하거나 보여줌으로써 남성성이나 여성성을 구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몸을 나의 상징적인 구성물로 인식하며, 몸은 늘 날씬하고 젊게 보여야 한다는 문화적 지령에 순종하면서 내가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몸에 대한 욕망과 갈망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마음이 마음으로 존재하듯이 나의 몸 또한 몸 자체로써 존재할 수도 있음을 인정하고 모든 신체적 증상들을 마음의 문제로만 접근하는 방식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몸도 몸 자체로 자신의 존재감을 표현하고 싶지 않을까? 우리가 주인으로써의 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몸을 재건하고 싶다는 환자들의 희망에 화답하며, 새로운 운동방법이나 식단, 근력운동 등을 소개함으로써 환자가 힘을 얻고 강해지도록 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만, 일시적인 미봉책에 그칠 수도 있다.
사람들이 자신의 불안과 갈망에 더욱더 귀를 기울여 진정 생산적이고 활력적인 삶과 몸의 감각을 느끼면서, 그 속에서 편안함과 행복한 존재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나의 일이라 생각된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