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공모전에 작품을 출품하고 학교에 가서 쓰러진 환자가 부모와 함께 진료실을 방문했다. 환자는 최근 3개월 사이에 이렇게 쓰러진 일이 두 번째라고 한다.
우리의 삶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긴장과 완화, 분노와 기분 좋음 같은 정신심리 상태가 반복되는 과정이다. 그런데 정신상태가 특정한 몸 상태와 연관되어 생각이나 느낌이 제대로 표현되지 못할 때 그에 상응하는 자율신경계의 활동이 방해받게 되고, 그렇게 흐르지 못하고 막힌 에너지는 꾸준히 쌓이다가 신체조직을 상하게 만든다.
실연당한 사람이 음식을 거부하는 것이 좋은 예다. 아기는 엄마가 처음으로 젖을 먹일 때 처음 사랑을 체험한다. 사랑을 거부당했다고 느낀 사람이 사랑받고 싶은 소망을 드러낼 수 없다면 처음 음식을 받아들이는 상부 위장이 음식을 거부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이 빨리 해소되지 않을 경우에는 음식은 거부하는 반면에 소화할 음식이 있다는 듯이 계속 강한 염산인 위산이 분비되어 궤양이 발생할 수도 있다.
최근의 어려운 경제상황 아래서 발병이 증가하고 있는 천식이나 고혈압, 궤양성 대장염, 위궤양, 두드러기 등 대부분의 질병들은 갈등을 중심으로 증상과 완화를 반복한다. 기대고 싶은 마음과 의지하지 않으려는 마음, 공격하려는 마음과 방어하려는 마음이 부딪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자식들이 부모에 기대어 삶을 시작하면서 혼자 설 수 있다고 주장하고 싶어하거나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고 하면서도 상처를 주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도 비슷하다.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에 적개심이라는 심리적 갈등이나 긴장에 수반되는 신체 증상을 억누르고 있을 뿐이다.
나의 생명 유지와 관련된 심각한 상황에 노출이 되면 신체에도 변화가 나타나는데, 심장박동과 호흡이 증가되고, 근육이 수축되고 땀이 분비되고, 장 운동이 저하되는 비상상태에 임하게 된다.
순간적 판단에 따라 정서적인 분노가 강해지면 싸우게 되고, 두려움이 심해지면 그 현장에서 도망가게 된다. 싸우거나 도망가거나 최종 결과는 양극단이지만, 양쪽 모두 재빨리 자원을 총동원하여 물리적 정서적 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똑같다.
그런데 몸이 실제 행동을 취하지는 않지만, 그런 비상상황에서의 행동 패턴이 준비태세로 장시간이 계속 지속되면 심장과 부신을 포함한 다른 기관들이 장시간 비상 호르몬의 자극을 받게 되고 신체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감정이 행동으로 표출되지 못한 채 오래 지속되면 교감신경계가 지나치게 활성화되어 혈압이 위험한 수준으로 떨어지면 돌연사할 수도 있다. 우리 몸의 교감신경계는 외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자율신경계의 한 부분으로 어떤 행위를 하도록 몸을 준비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피로한 상태에서 휴식없이 계속 훈련을 했거나 과음, 혹은 당직 등 몸이 피곤한 상태에서 참가한 마라톤 대회에서 기록을 목표로 욕심을 부려 자신의 몸을 다그치다가 주로에서 쓰러지는 주자들의 어이없는 사고도 이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건강하게 지내던 사람이 심리적 충격으로 얼굴에 알레르기성 피부염이 생겼는데, 다음에도 수시로 몸이 좋지 않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똑같은 알레그기 피부염 증상이 나타나는 것도 비슷한 현상이다.
특정적이거나 일반적인 이유가 있건 없건 간에 어떤 신체적 증상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신체적 증상이 아니라 심리적인 원인이 있을 수 있음을 생각하고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우리 몸은 새 술을 낡은 부대에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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