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삶과 죽음이 자신의 몸을 서로 자기 것이라 싸우는 것을 속수무책 바라만 보고 누워있다. 그런 모습을 보는 가족들의 마음은 더 없이 안쓰럽고 죄송스럽다.
우리는 평소 스스로 세상을 아주 지혜롭고 능력있게 살아가고 있다고 자신한다. 막상 자신이 회복불가능할 정도로 갑자기 지병이 악화되었거나 지금까지의 자기 본위적인 처신 때문에 갑자기 가족들로부터 버림받을 처지에 놓이는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을 경험하고서야 자신의 평소 삶의 태도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본질과 전혀 무관한 쓰나미의 영향 때문에 그 동안 안정제일이라고 생각하던 원자력 발전의 제어 불가능한 위험성 노출에 우왕좌왕 당황하고 있는 일본 정부의 모습에서 우리의 삶의 모습을 보게 된다. 나도 예외없이 인생 대부분을 나의 일에만 파묻혀 지내며 그것만이 나의 삶을 반영해준다고 생각하며, 그 외의 다른 일은 등한히 해왔다.
어느 날 태평스럽게 다리를 건너가던 도중에 갑자기 다리가 무너지자 그 아래 숨겨져 있던 깊은 웅덩이을 알게 되고, 그 웅덩이가 진짜 현실의 삶이며 지금까지 현실이라 생각했던 다리는 허위적 삶이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지만, 이제 너무 늦었다.
우리 대부분은 자신이 이해하기 쉬운 한 줄 짜리 문장에 익숙해져 있으며, 자신과 직접 관련이 있는 글이거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언어로 쓰인 것만 읽으려 한다. 서너번 반복해서 읽어야 내용을 파악하게 되는 긴 줄의 글은 자신에게는 무리한 요구라며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 인내심이 부족이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는 그런 분들에게는 열권 이상으로 된 '삼국지'나 '수호지', 일본 도꾸가와 이에야스의 일대기인 '대망'같은 고전소설 전집을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내가 살아가는 삶의 형식에 따라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지고, 말하는 태도 또한 달라지면서 몸에 밴 행동까지도 서로 차이가 나게 된다. 삶의 형식은 몸에 밴 행위이자 행동 방식이며, 아주 당연한 것으로 여겨 깊이 고민하지 않고 무엇을 어떻게 이해하며, 무엇이 익숙하거나 낯선지를 결정하는 규범이나 규칙이다. 사용하는 단어 목록에 따라 감정의 상태가 달라지는 이유다. 평소에 말을 비정상적으로 많이 하지 않는 사람은 단어 선택이 제한되고 문장 구성이 단순해지면서 인식 또한 제한되면서 종국에는 살아가는 세상까지 온전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특정한 삶의 내용이 사라지게 된다.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좀 더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면 자연스레 더욱 개인적이고 개성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내가 평소에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세상에 대한 보다 창조적인 이해력, 즉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더욱 명료하게 생각할 수 있는 영감을 얻게 되고, 새로운 언어사용의 가능성이 힘을 얻게 된다. 명료함이 강해질수록 더욱더 흑백논리, 이분법, 편견, 왜곡과 같은 무의미와는 거리가 멀어지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나'라는 말 대신에 '사람들'이란 단어를 사용하거나 '아마', '어쩌면'과 같은 말의 뒤에 자신을 숨기는 언어습관을 가진 사람들과는 개인적인 바탕에 의거하는 의사소통이 불가능해진다. '나'를 '사람들'이라 표현하면서 자신을 중립화, 익명화시킴으로써 대회를 단순화시킬 수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대중 속에 숨어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자신의 대화보다 대중의 견해와 판단을 그대로 삼겼다가 다시 토해낼 뿐이다.
나를 '사람들'이라 표현함으로써 나의 의견에 대해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어지며, 합리화시키거나 해명할 필요도 없으며, 추가적인 어떤 행동도 취할 필요가 없어지는 장점이 있다. 이야기 속에 나 자신이 사라지게 만드는 언어습관으로는 처벌은 받지 않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나 자신의 주체성을 갉아먹는 사회병리적이며, 인성 파괴적인 삶의 태도다.
내가 그토록 사랑하는 나는 그냥 나일 뿐이며 사고방식과 언행습관에 따른 모든 성취 뿐만 아니라 책임 또한 나의 것이지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없다. 인생살이 과정 곳곳에서 시도때도 없이 나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되는 이유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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