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나 집단을 불문하고 대부분의 싸움은 나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거나 상대의 생각이나 말을 잘못 이해하기 때문에 생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뜻이 막히지 않고 잘 통하여 서로 간에 오해가 생기지 않는 것이 소통의 의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침묵은 금이라고 하여 높이 평가받았지만, 사회가 바빠지고 힘들어짐에 따라 이제는 사회적 긴장도를 완화시켜주는 농담이나 유머를 비롯한 공감의 말이 황금이 되고 침묵은 은으로 자리가 바뀌었다.
말의 내용들도 세상을 설명하기 위해 말하지 않고 상대에게 자신의 관심을 외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그냥 날씨, 운동, 예술, 휴가, 텔레비년 프로그램 등 사소한 말을 위한 말을 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 삶에서 정말 중요한 문제들을 다루는 정치인들이 세상에 대해 하는 말들도 상황을 모든 측면에서 관찰하여 나름대로의 정확한 본질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주제를 비꼬거나 왜곡시킨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같은 말을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말을 나의 말로 번역해야 할 형편일 때도 있다. 나의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문제들은 삶을 위해 지금 당장 어떤 일에 집중해서 행동을 해야 하는가이다.
사람들의 삶과 관련된 큰 이야기들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진심이 담겨진 신뢰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길 원하지만, 정치인들의 언어에서는 목적의 명료함이라는 질이 사라지고 소통이라는 형식의 문제에만 집착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교류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사실 어려운데,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차례대로 말꼬리 물기식 대화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대화가 아니라 부부싸움처럼 두 개의 독백이 서로 뒤엉키는 꼴이다.
대화를 하는 것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이기적 입장에서 오히려 의미를 잘못 전달하는 사태를 일으키게 되고, 반면에 이기적 입장이 비슷하면 낚시밥이라도 그냥 삼키게 된다.
똑같은 말이라도 서로의 이기적 전제가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단어를 쓰더라도 전해지는 의미가 달라진다. 소통의 정의를 처음에 전제를 했듯이, '행복'이나 '복지'같은 단어도 정치적 성향이 다른 사람들이 사용할 때는 일단 개념에 대한 정의가 필요한 이유다.
개념 정의가 되지 않는 말들이 많아질수록 더 많이 상대를 이해시키는 것이 아니라 헷갈리게 만들 뿐이다. 우리의 생각과 언행, 그리고 이해 사이에는 자신의 관점에 따라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부부가 행복한 가정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남편은 남편의 행복을, 아내는 아내의 행복을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통해 서로 자신의 행복을 이해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오해만 늘어나고 급기야 고함이 나오게 된다.
어떤 사람이 나의 말에 고개를 끄떡거리거나 나의 질문에 대답을 한다고 해서 서로 통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상대는 나의 말이 자신의 생각과 상당부분 겹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뿐이다.
내가 하는 말은 나의 삶을 형식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 그렇게 쉽게 내가 상대를, 상대가 나를 서로 이해했다는 사실을 믿으면 안된다.
인터넷 상에 사용되는 축약어들의 홍수를 보면서 드는 걱정이다. 앞으로는 '재미'라는 단어의 의미 속에 나의 쾌감을 유발하는 모든 의미, 기쁨, 즐거움, 만족감, 행복감, 명랑함같은 모든 의미가 다 포함되며, 그런 좋은 단어들은 점점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다.
생각은 말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글쓰기가 점점 줄어들면 생각의 명료함 또한 허물어지면서 말하기 또한 제대로 되지 못하게 된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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