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반야심경 48-6]역무무명진(亦無無明盡): 무명이 없으며, 무명이 다함도 또한 없다: 깨닫는 순간 만사가 비워져서 털끝 만한 견해도 없어지므로 어디 의지할 필요도 없어진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인연법에 의해 만물이 자기 자신에게 돌아가게 된다. 이것을 바로 알아 근본 마음자리를 잘 지키면, 하루 종일 바쁘고 또 바쁘더라도 그 무엇도 방해되지 않으며, 해탈을 구하지도 않고 천당을 좋아하지도 않게 된다. 다만 한 생각이 무념에 돌아갈 뿐이며, 부처님 손바닥 위를 활보할 뿐이다.
하루 종일 세 끼 밥을 먹었지만, 쌀 한 톨 씹은 적이 없고, 하루 종일 옷을 입고 있었지만 일찍이 실오라기 하나 걸친 적이 없다. 즉 세상 속에 살지만, 세상에 물들지 않고, 욕심 한가운데 있어도 욕심이 없다.
장사하는 사람은 장사하느라 바쁘고, 정치하는 사람은 정치하느라 바쁘며, 의사는 환자 보느라, 선생님들은 가르치느라 바쁘다. 그러나 만물이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것임을 깨달은 사람은 무슨 일이든 어떤 것에든 방해 받지를 않는다. 그런 삶이 살맛 나고 멋지게 사는 삶이다.
무념이라고 했을 때 마음이 없다면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의심이 가게 된다. 무심하다고 해서마음 속에 삶에 대한 생각이 끊긴 것이 아니라 번뇌를 일으키는 근원이 되는 안(眼)·이(耳)·비(鼻)·설(舌)·신(身)·의(意)의 육근(六根)을 도둑에 비유한 말인 육적(六賊)이 무너진 상황을 말한다.
마음에 조그마한 티끌이라도 있으면 세상에 부질없이 태어나 생사에 떨어지게 되지만, 스스로의 몸을 돌이켜 살펴보면 내 몸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기 이전처럼 모양도 그림자도 없이 공한 것이다. 내 몸 자체도 거짓 형상인데, 그것이 무슨 생각을 하며, 그 생각에 다시 무슨 무명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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