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마라톤 대회에서 우리 광화문 회원과 함께 달리던 정신지체 장애우 모임인 하트 회원 한 명이 주인과 함께 달리는 개를 보고 갑자기 주로에 쭈구려 앉아 달리기 포기하려고 했다.
우리 회원이 개주인에게 사정을 설명했지만 웃기는 사람본다는 식의 주인에게 다시 거듭 간청을 하여 주인이 잠깐동안 개를 안고 있는 사이에 달렸다고 한다. 아마도 개주인에게 개는 사람자식과 같은 입장인데, 어떤 사람이 자기 자식을 좀 치워달라니까 화가날 법도 했을 것이다.
아무리 애완동물을 자기 자식으로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그렇지, 많은 사람이 참가하는 달리기 대회에 개를 데리고 참가하는 개 주인의 인식도 별로 바람직하지는 않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초경이나 처음 사정 같은 생물학적 경험을 거치면서 아이들은 자신이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더 중요한 것은 그런 경험들의 상징성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5월 셋째 월요일에 만 20세 된 남여를 대상으로 전통 관례복장을 갖추고 의식을 주관하는 어른인 '큰손님'을 모셔놓고 상견례(相見禮)·삼가례(三加禮)·초례(醮禮)를 거쳐 성년선언으로 이어지는 상징적인 성년의 날 행사를 한다.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문신처럼 독자적이고 특별한 성인인정을 하는 상징적인 의례들이 있다.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나 정신심리적 갈등에 부딪치면 '조상탓'으로 부모와 닯고 싶다거나 달라지고 싶다는 상상에서 병에 걸리거나 신체 기능에 장애가 생기는 과정도 이와 비슷하다.
자녀들이 부모에게 독립하는 것이 결혼이며, 결혼은 두 사람의 새로운 결합을 소중히 간장하게 하지만, 부모와 자식의 세대를 갈라놓음으로써 부모는 겉으로는 자식의 결혼을 기뻐하면서도 속으로는 자신을 떠나는 자식의 모습을 차마 보지 못하기도 한다.
자식이 부모의 품을 떠나는 것이 부모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보지 못하면 부모의 지위나 생활양식이 바뀌는 것을 알지 못하게 되고, 부모의 감정이 의식 뒤에서 어떻게 건강상 문제들을 야기하는지 잘못 이해할 수 있다. 자식이 부모가 되어보지 않으면 부모의 마음을 이해못한다는 의미도 이와 비슷하다.
이제 모두 돌아가신지 한참 되었지만, 나도 어릴 때 겁많고 내정적이고 소극적인 성격 때문에 부모님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한다는 오해로 자신감이 없어지면서 내가 없어도 괜찮다는 심정으로 세상을 하직하기로 하고 동네앞 보리밭에 누눠 굶기로 한 적이 있다.
집안 뿐만 아니라 온 동네가 발칵 뒤집혀 3일만에 거의 탈진상태에서 발견되어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지만, 그 일로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내가 가졌던 오해가 해소된 뒤로 나의 성격을 바꾸기로 결심하고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변화시켜 어떤 일에나 도망가지 않고 적극적으로 적응하는 나로 발전시켰다.
'나의 존재를 어떻게 나타낼까?' '나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어떤 존재일까?' '나의 삶은 세상에 어떤 가치가 있을까?'에 대해 항상 의문을 가지는 자기보존 의식을 유지하는 계기가 된 사건이었다.
매사에 자신이 없고 무력하며 절망적인 느낌은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존재가치가 있는지 묻는 수단이기도 하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주위 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면 쉽게 병에 걸리게 된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다는 만족감 뒤에는 "부모, 특히 엄마는 진정 나를 사랑할까?'라는 어릴 적부터의 본능적 질문이 숨어있으며, 이런 감정은 운동이나 사회활동 등을 통해 활발한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되살아날 수 있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