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어머님 기제사가 있는 날이었다. 90년에 돌아가셨으니까 벌써 22년이나 되었네! 눈 깜짝할 사이에 너무나 많은 시간이 지나갔음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요즘은 외손자의 생기있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실컨 게으름을 피우기도 하지만, 모든 것에 호기심이 있고 그만큼 생기가 철철 넘친다.
나는 나이가 들수록 마음의 여유는 사라지고 '너무' 많다거나 "너무'적다는 평가나 판단에 따른 스트레스와 시간이라는 괴물이 나의 부족한 시간과 삶을 갉아먹으며 점점더 인간적이 아니라 기계적인 사람으로 몰아부치고 있다.
생동감이나 창의성 부족을 지나친 부지런함으로 덮어 가린 채, 일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제 세상에 대한 호기심의 샘은 말라버렸고, 그만큼 자유분방함을 싫어하면서도 나 자신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
사무실에 출근하지 못하는 은퇴 후의 세상은 무의미하며, '만약 이렇게 했더라면~'이나 '이렇게도 할 수 있었을텐데~!'라는 쓸데없는 생각에 잠겨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는 친구들도 보인다.
생각은 언제나 다른 생각으로 이어질 뿐, 생노병사나 사랑처럼 생각의 외부에 존재하는 본질적인 것은 포착하지 못한다. 이들은 항상 내부가 아니라 외부로부터의 감각을 통해 머리에 도달하고, 본질적인 생각이 결여되는만큼 소유에만 집착하는 아주 메마른 삶이 될 뿐이다.
본질적인 생각없이도 인생을 잘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그런 경향은 추상적이거나 기계적, 혹은 완고한 생각일수록 중독경향을 심화시켜 나와 다르거나 익숙하지 않은 것을 보거나 듣거나 느끼려 하지 않는다.
내가 하는 생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해야할 일에만 신경을 쓸 뿐, 해보면 감동이나 감흥을 주거나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는 좋을 일에는 별로 관심이나 생각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에 눈앞의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사람들을 만나 이런 저런 대화에 열정적이면서도 가끔씩 마음 속에 공허감을 느끼게 된다. 시간 부족을 느낄 때가 바로 공허감을 채울 최적의 시기이다. 길이는 깊이를 대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며칠 침묵을 지키거나 휴대폰 대신 책을 손에 들어보자.
일주일이 지나도록 열 장도 못 읽었다고 자책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책을 한 권 독파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삶이 반영된 가슴을 울리는 의미있는 문장 하나를 발견하여 마음의 여유를 회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화는 사람과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자연이나 책과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정말 중요한 소득이다. 언어가 없다면 나의 생각 자체도 그저 한 마디 잡음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책이나 자연과의 대화를 통해 나도 모르게 나의 내부에 잠재된 인식과 욕망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고, 올바른 어조를 사용함으로써 나의 의견을 표현하는데 실수를 덜 하게 될 수 있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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