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식 간에는 적극적인 스킨십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진료실에서 보는 아이에게 무한정 동조하는 엄마들을 보면 칭찬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아이의 독립심 발달 문제가 눈에 보이듯 뻔하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 인민들의 저성장 문제가 영양섭취의 문제도 있지만, 어린 유소아들을 부모에게서 떼어내 보호시설에서 계획대로 먹이고 재우고 배설시킨 기계적인 공동양육과 관련이 있다.
유아는 몸으로 배고픔과 목마름, 체온조절 등으로 요구하거나 질문하고 엄마의 대답을 요구하며, 적절한 사랑이 담긴 보살핌과 관심을 받지 못하면 쉽게 쇠약해지고, 질병에도 취약하게 되면서 사망률이 높아진다.
아이가 엄마와의 결속력을 강화시키려면 시간에 맞게 반응하고, 아이가 독립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아이가 자라는데 엄마의 사랑이 꼭 필요하지만, 엄마가 자기에게 완벽하게 동조하지 않고 엄마에게는 다른 개인적 욕망도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라는 연구가 있다.
엄마와의 관계가 지나치게 친밀한 아이들에서 천식이나 습진, 아토피성 피부염 등이 심해진다는 연구도 있다. 위험이나 불안을 등록할 엄마가 아닌 다른 길이 없어서 몸이 반응했다는 설명이다. 천식은 대략 3세 무렵부터 자주 발생하는데, 이 시기에 아이는 부모에게서 조금씩 독립하면서 스스로 어떤 것을 하려고 부모와 싸운다.
요즘은 사회학자들도 동물실험을 많이 하지만, 선택되는 동물들의 사회적 특성이 종종 무시되어 결과에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동물이 인간을 대신해 실험대상이 되었지만, 이제는 인간이 동물을 대신하는 존재로 입장이 바뀌게 되었다.
엄마가 아이를 돌보는 레서스 원숭이, 아빠가 1차 양육자인 티티원숭이, 대리부모가 양육하는 암사자, 남자가 여자 무리를 지배하는 해마, 여성가장제인 코기리, 일부일처제는 긴팔 원숭이, 불륜이 자연스러운 침팬지, 사회적 관계를 중시하는 개코원숭이, 고독한 존재인 오랑우탄, 싸움 대신 섹스를 하는 보노보 등 다양하다.
살아가면서 주변 사람들과 맺는 관계의 양태에 따라 건강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유아가 양육자에게 버림을 받거나 양육자와 떨어져 살면 병에 쉽게 걸린다.
우울증과 상실감에 빠진 아이들이 백혈병이나 임파암에 많이 걸린다는 연구도 있다. 부모가 죽은 아이의 형이나 언니를 무의식적으로 아이에게 투사했거나 투사를 갑자기 멈출 때 아이의 건강이 심각하게 손상되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유아는 자신이 부모의 관심을 조절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
우울증에 빠졌을 때처럼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무엇을 해도 실패할 것"이라는 무력감과 절망감은 몸을 약하게 만들고 건강을 포기하게 만든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무력감이고, 내가 상대를 기쁘게 해주지 않았으니까 상대도 나를 포기할 것이라는 생각이 절망감이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쉽게 병에 걸리듯이, 무력감과 절망감은 내가 다른 사람에게 어떤 가치가 있는가를 묻는 수단이다. 생명이 시작될 때부터 나는 생물학적으로 엄마의 몸에 연결되어 있는 사회적 관계를 맺게 된다. 그런 만큼 사회적 관계의 변화는 나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
나는 상대에게 어떤 존재일까? 나의 삶이 상대에게 어떤 가치가 있을까? 사회적으로 인정받는다는 만족감 뒤에는 유아기 이후 계속된 개인적 질문이 자리잡고 있으며, 사회적 관계를 맺으면서 되살아난다.
사회적 인간관계가 좋아질수록 신체적 건강도 비례해서 향상된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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