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 때문에 세상이 시끌시끌하다. 포커나 내기판 선수들처럼 자신의 패는 숨기고 상대의 패를 읽고 깍아내리기에 여념이 없는 곳이 선거판이다. 사회사업가와 엘리트 정치인의 어리석은 것같으먼서도 영리한 패싸움 기술들이 선거판을 허무는 것이 아니라 키우고 있다.
선거는 경매와 같다는 생각이다. 상대가 제안하면 나는 응하지 않거나 거부하고, 그런 과정을 반복하다가 경매에 낙찰되도 별로 이득이 없다. 내가 최고 입찰가로 낙찰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상대는 그 품목의 가치를 그보다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니까 말이다.
경매에 낙찰되어 희희락락하다가 결국 내가 과도하게 돈을 썼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 소위 말하는 '승자의 저주'다.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된 곽모 전(조만간 이런 접두사 붙을 것이 확실하니까) 서울시 교육감의 입장이 좋은 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내가 하는 행동들이 곧 내가 세상에 대해 알고 있는 바를 말해준다. 그래서 나의 언행의 함축적인 의미와 나 자신의 지식을 동시에 활용해 행동의 지침으로 삼아야 그나마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세상살이의 일반적인 상태는 정보가 비대칭적인 경우가 허다 하며, 이런 상황에서 공평한 거래를 하는 방법은 정보를 적게 가진 쪽이 먼저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문제는 모두가 자신이 정보가 적다고 주장하는 일이다.
선거제도도 하나의 단순한 내기판이다. 해당지역에 적을 두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쪽을 선택할 수 있다. 주식시장의 찌라시처럼 선거판에서도 소위 말하는 '카더라 통신'의 이름을 빌린 찌라시들이 매일 생산되어 가십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정보들이 어느 한 쪽에만 치우쳐있다고 가정하면, 그것은 어느 한 쪽만의 이익을 위해 작용하거나 사기치는데 이용되게 될 것이다.
정보의 양과 질에 따른 차이는 있게 마련이지만, 유동성이 높은 선거판에서는 이런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만큼 투표를 하는데는 그런 찌라시의 역할이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일상의 삶에서도 선거나 내기처럼 많은 사람을 만나고 협상하고 결론을 짓는 과정들이 반복되며, 항상 파트너라는 상대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상대가 알고 있는 협상내용, 상대를 움직이는 요인,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등의 고려사항들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그런 준비에 따라 협상의 결과도 달라지게 된다.
상대의 관점을 이해한다는, 즉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그래서 인생살이의 황금률로써 의미를 가지게 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나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바로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해주면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라"는 조지 버나드 쇼의 충고도 동시에 기억할 필요가 있다.
사람은 생긴 모습만큼 생각이나 행동 또한 모두 다르다. 전략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침묵하는 다수까지도 포함해서 모든 당사자들의 관점과 역학을 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내가 지금 제대로 된 게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에도 세상에는 내가 보지 못하는 조금 더 큰 게임이 존재하고 있다. 나만의 편협의 틀에 빠지는 것만큼 성공적인 인생살이를 가로막는 것도 없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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