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선후배 모임에서 술을 마시다 간혹 역할바꾸기 놀이를 할 때가 있다. 선배가 후배가 되고 후배가 선배가 되어 서로의 역할을 하면서 웃고 즐기는 것이다.
텔레비젼 프로그램에서도 간혹 역할 바꾸기 장면이 나오고, 정신과에서 하는 심리극에서도 부모와 아이의 역할을 바꾼 상황에서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모든 것의 기본이 동일시(同一視), 즉 다른 사람이나 집단의 특징을 자신의 것과 동일하게 여겨 같아지려는 정신적 욕구에서 시작한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나의 몸과 마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전혀 모른 채, 거저 내가 닮고 싶은 다른 사람과 동일시하면서 살고 있다.
다른 사람을 통해 표현되는 나를 보면서 지금 현재 여기서 서로가 서로의 입장에서 마음을 헤아려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한 사람은 최선을 다해 상대를 모방하고, 습관을 따라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나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다른 사람을 닮아간다. 몸의 영역에서의 무의식적 동일시도 그만큼 중요하다. 아이가 태어나 부모의 모습과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표정과 목소리, 말투와 의견, 그리고 미각과 행동을 흉내내면서 자신의 정체성까지도 부모에게서 빌리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일이 거울을 보는 사람들이 많다. 왜 그럴까? 생리적으로 발달하지 못한 신생아가 본 완전하고 충만한 부모의 이미지가 거울신경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서 그런 부모의 이미지를 회상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자신감을 갖게 된다.
동일시의 이미지에 담긴 존재의 기본 틀 때문에 앞으로 되고 싶은 목표가 생기고 그를 위해 운동을 하고 공부를 하고 몸을 단정히 하려 노력하는 무의식적 삶을 이루고 있다. 늦게 걷거나 말을 시작한 아이가 더 잘 걷고 말도 더 잘한다거나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줄 모른다는 속담도 동일시의 이미지 효과와 비슷하다.
동일시는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의 지혜나 비슷하다. 그 지혜에 따라 살지만, 의식하지 않으면서 수 십년 동안 나의 구명조끼나 안전띠 역할을 하면서 나의 존재를 구성해왔다.
동일시 과정에서 심적 분열을 막기도 하고 가족으로부터 받은 고통과 삶의 외상들을 모두 상징화할 수는 없지만, 가족을 안전하게 지키는 길은 동일시를 통해 획득한 역할을 열심히 수행하는 길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사랑이나 운동, 일이나 취미, 혹은 도전이나 충동같은 일상의 관심을 구성하고 흥분과 열정, 불편과 고통을 기꺼이 체험하고 전달하기도 한다.
이런 어릴 때 시작된 동일시의 과정이 우리 일생의 삶동안 나에서 다른 사람에게로 갔다가 다시 나에게도 돌아오는 짧은 순환을 통해 행복과 불행, 건강과 질병의 만드는 원인이 된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