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는 아직 말 못하는 외손자가 기분이 좋을 때마다 혼자서 어깨를 들썩이며 '반짝 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치네, 동쪽하늘에서도 서쪽하늘에서도 반짝 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치네' 가사를 허밍으로 부르고 있다.
자란 지역에 따라 처음 배운 말씨와 어투가 평생가는 것처럼 우리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인간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할 뿐만 아니라 굉장히 다른 삶을 살아간다.
요즘은 언어 발달에 결정적 시기가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있다. 늑대소년처럼 어릴 때 배우지 못하면 평생 배울 수 없는 것이 말하는 법이다. 아기가 엄마나 안심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하는 옹알이도 사실 자신을 표현하는 원시언어나 마찬가지이다.
옹알이는 생후 2개월 부터 시작해서 6~8개월 사이에 절정에 이르는데, 이 때가 되면 단순한 자음과 모음이 결합된 소리를 반복해서 사용하여 마마 다다같은 옹알이를 하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엄마의 입모양과 귀로 듣는 소리를 모방하면서 특정한 얼굴 근육들이 다듬어지고, 혀, 입술, 뺨, 턱이 만들어내고 귀가 처리하게 될 말의 형태가 잡혀간다.
외국어를 알아들을 수 있는 것과 정확하게 발음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어릴 때부터 모국어처럼 자연스럽게 습득하지 않은 외국어를 잘 하기 위해서는 호된 훈련을 거치지 않으면 힘드는 이유다.
목소리를 내는데 사용되는 턱과 얼굴, 그리고 목의 근육들이 모국어인 한글, 그 중에서도 경상도 사투리에 맞는 구조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어를 발음할 때의 자음이나 모음, 억양이나 강세가 아주 조금이나마 다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주로 듣기만 한다. ㅎㅎ)
우리의 육체적 측면들도 언어와 비슷한 방식으로 구조화된다. 몸의 움직임 또한 모방과 연습을 통해 다듬어진다. 요즘의 글로벌화되고 있는 세상 때문에 이런 신체적 특징들은 많이 달라지고 있는 추세다.
아기가 눈을 맞추고, 옹알이를 하고 일어서고 걷고 혀를 내밀고, 물건을 집고 먹는 등 모든 행동은 엄마나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관찰하고 모방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주위 사람들의 웃음과 박수가 자신이 계속 반응하라는 뜻임을 알아차리게 되면서 화보촬영하는 모델처럼 같은 동작을 계속 반복하면서 완벽하게 행동하게 된다.
아기는 운동능력을 갖추기 이전부터 뇌의 운동피질에 있는 거울뉴런이라는 신경세포들이 활성화되면서 부모형제들의 몸짓과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관찰하고 신경적으로 흡수하여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겨울뉴런 때문에 남의 얼굴을 보고 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하고 그에 상응하는 느낌을 스스로도 가질 수 있음으로써 상호 유대를 맺을 수 있다.
얼굴을 맞댄 부모나 아기, 혹은 서로에게 고정된 연인들의 눈맞춤을 통해 서로를 빨아들여 서로가 상대의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자신의 세상을 크게 변화시킴으로써 자신의 의식 속에 새로운 존재의 자리를 만들게 된다.
나의 몸짓이나 행동거지, 그리고 태도나 자신감의 신체적 표현 등은 어릴 때 경험한 신체접촉과 나를 돌봐준 부모형제들 스스로가 품었던 자신의 육체적 자의식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나의 언행이 내가 자란 가정과 지역, 그리고 국가의 문화와 풍습을 반영하는 이유다. 이것은 부모로부터 받는 DNA의 청사진이 완벽히 발현된 것 이상의 무엇이라는 의미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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