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 때는 경제 부흥의 기관실이었던 새마을 운동이 시작되기 전이고, 굶어죽는 사람들도 간혹 나타나는 먹고 살기 어려운 때였다. 단순히 '먹고 사는' 것이 삶의 주요 목적이었고, '무엇을 먹느냐'보다 '얼마나 배불리 먹느냐'가 주요 관심이었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의 식사는 오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먹어야 살아갈 수 있었기 때문에 배가 터지도록 먹는 것만 밝히는 식탐은 주위 사람들로부터 배척을 받았으며, 항상 조금 모자란 듯이 위가 80% 정도 차게 먹어야 좋다는 가르침을 받았다. 그런 식습관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이 장수하지 못한 이유는 지금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처럼 식단의 칼로리만 낮은게 아니라 비타민, 미네랄, 단백질과 필수 영양소가 결핍되어 영양실조에 걸리기가 십상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음식은 오락이나 여흥의 소재가 아니며, 골치아픈 문제로부터 잠시 머리를 식히거나 정서적이나 감정적으로 결핍된 어떤 부분을 보상하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음식은 보약'처럼 너무 많이 먹거나 너무 과식하지 말고 조금씩 적당하게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시절에는 모두가 살기 힘들었던 만큼 이웃과 나누면서 서로 보살펴 주는 태도가 일상화되어 있었고, 누구나 밥값으로 육체적 활동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했으며 놀고 먹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던 시절이었다.
백세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인 일본의 오키나와 사람들의 식단의 공통점은 신선하고 지역의 제철 음식으로 풍부한 전곡, 채소와 과일을 포함한 고탄수화물, 저지방, 저칼로리 식사가 대부분이며, 모두 자연식품으로 가공하거나 정제된 음식이나 설탕, 방부제, 인공 조미료가 든 음식은 먹지 않는다. 지방은 견과류같은 식물성 지방이 대부분이고 가끔 생선에서 지방을 섭취하지만, 병에든 오일이나 마가린, 동물성 포화지방은 먹지 않는다. 단백질도 콩, 완두콩, 전곡, 씨, 견과류를 포함한 식물에서 주로섭취한다.
우리 어릴 때의 식사도 주로 그런 것이었으며, 많이 먹을래야 먹을 수도 없었다. 하루 1,500칼로리가 넘지 않았을 것이다. 요즘은 햄버거 하나만 먹어도 2,000칼로리가 넘는 것과 비교하면, 그 때 사람들이 적게 먹은 것이 아니라 요즘 사람들이 많이 먹는 것이다. 즉 기름기 많은 음식으로 칼로리는 높으면서 영양가는 별로 없는 음식을 먹느라 바쁘지만, 장수 문화권의 사람들은 필수영양소는 훨씬 많으면서 칼로리는 훨씬 낮은 식단에 의지해서 오래 건강하게 살아왔다.
음식을 먹은 후에 15~20분 쯤 지나야 위에 있는 신장 수용기가 콜레키스토키닌이라는 호르몬을 통해 뇌로 배가 얼마나 부른지를 알려주기 때문에 급하게 빨리 먹으면 과식하게 되고, 모든 음식은 적당한 자리에 편하게 앉아 이야기하면서 천천히 먹는 것이 몸에 좋고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는 이유다. 천천히 먹으면 위에서 뇌에 음식이 도착했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고, 그만큼 만족을 누릴 수 있다는 말이다. 이리저리 돌아다나거나 다른 일을 하면서 위가 꽉 찰 때까지 습관적으로 먹는다면, 실제로는 식사 때마다 20%씩 초과해서 먹는 셈이다. 그렇게 계속 먹으면 위가 그 음식을 받아들이기 위해 늘어나게 되고, 다음에는 포만감을 느끼기 위해 더 많이 먹게 되는 악순환에 걸리게 된다.
수명과 관련된 중요한 발견 중 하나는 영양소는 최대로 높이되 칼로리는 낮추는 것이 수명을 최대한 연장시키고, 뇌와 신체를 포함한 노화와 관련된 퇴행성 질환들의 발병을 막거나 줄이는데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체중감소에만 집착하여 무조건 굶는 것은 스스로를 아사시키고 있을 뿐 의학적인 이익은 하나도 없는 이유다. 고칼로리가 필요한 성장기 청소년들이나 임신부에게 신체가 필요로 하는 적절한 양 이하로 칼로리 섭취를 낮추는 것은 어떤 이점도 없으면서 오히려 아주 위험한 행위다.
단순히 저칼로리 식단이 좋다는 것이 아니라 매칼로리마다 최적의 영양상태를 제공하는 저칼로리 식단이 건강과 장수에 최적이라는 말이다.
2006년 윌포드 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영양은 풍부하고 1,671칼로리(보통의 미국인들의 하루 2,000~3,000칼로리 섭취에 비해)의 낮은 칼로리의 식단을 평균 6년간 자발적으로 실천한 25명의 실험자들 모두에서 심장이 실제 연령보다 15세 정도 젊고 건강해서 노화의 징후를 보일 시기가 훨씬 지난 후에도 젊고 정력적인 활동을 했다. 킬로리 제한이 노화와 관련된 질환에 대비해 인체를 보호하는 강력한 효과가 있다는 말이다.
영양가는 높으면서 칼로리는 낮은 식단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명료하고 행복감이 늘어나고 중년의 시기를 늘일 수 있으며, 좀더 나이가 들어서도 암, 심장병, 뇌졸중, 당뇨병, 자가면역질환이나 다른 많은 퇴행성 질환에 걸릴 확률이 많이 줄어들어 활기찬 생활을 즐길 수 있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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