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출근하자마자 일찍 오셔서 기다리고 계시던 자주 오시던 어르신 한 분의 상태가 안좋아 큰 병원으로 모시고 갈 아드님을 기다리는 잠깐 사이에 심장마비가 와서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119 구급대를 불러 서울 성모병원으로 모셨는데, 잠깐 회복되셨다가 아드님이 도착하신 후에 돌아가셨다.
고혈압과 당뇨병이 있으시던 분인데, 몇 년 전 큰 아드님을 사고에 따른 뇌출혈과 수술 후 회복되지 못한 채 잃고 우울증과 불안증으로 다른 병원에 가셔서 검사를 하시라고 강권해도 꼭 내 진료실에만 오시던 분이셨다.
일요일에도 상태가 안좋아보여 아드님이 병원에 가자고 말씀을 드렸는데, 월요일에 나에게 가신다고 참으셨다고 한다. 왜 그러셨는지 참 답답하지만, 어제 조금더 잘 보살펴드리지 못해 죄송하고 안타까운 마음 뿐이다.
요즘의 삶에서 스트레스가 아닌 것이 있기나 할까 마는, 우리 몸은 뭔가 있을 때보다 없다고 느낄 때 분명 신체적으로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은 확실한 듯하다. 즉 현실 자체가 곧 스트레스 요인이다.
물론 수능이나 취직 시험, 면접이나 오디션같은 급성적 스트레스도 있지만, 얼음판 위를 걷는 것같은 긴장이 연속되는 매일의 삶도 누적적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심장병이나 신경성 질환, 혹은 암과 같은 병을 일으킬 수 있다. 내가 환자들에게 노상 이야기하는 운동하라는 조언도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에게는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규칙적인 운동이 몸에 좋은 스트레스를 줌으로써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 확실하지만, 스트레스는 주관적인 요인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신체나 정신적 활동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에게는 운동이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이며, 운동에 대한 개인적인 태도가 어떤지 따져 볼 필요도 있다.
그러나 체조나 운동 같은 신체활동은 건강에 좋으며,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분명하므로 스스로 얼마나 조절하며 조절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의학과 심리학, 그리고 생리학이 발달하고 있지만,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특정 사건이 특정 사람에게 어떤 의미가 있으며, 얼마나 스트레스 요인이 되는지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하루동안 생기는 스트레스의 양을 예상할 수는 있지만, 예상할 수 있다고 해서 생활이 더 나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달리기가 어떤 사람에게는 끔찍한 경험이 될 수 있겠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즐거운 놀이가 될 수 있듯이 그냥 인생살이 자체가 스트레스의 원천이기 마련이며, 죽고 나서야 해방될 수 있을 뿐이라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편하게 사는 방법이다.
미 해군 의학신경정신 조사에 의하면, 어떤 사건을 계기로 스트레스를 받아 2년 안에 질병이 발생했다면 사건과 질병은 80%의 상관관계가 성립되며, 특정 사건이 생애 전환기에 몰려 있을수록 신체에 나쁜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국가나 문화에 관계없이 그만큼 커진다고 한다.
즉, 건강변화와 생애 변화는 서로 관련이 있으며 인생살이가 복잡할수록 더 쉽게 질병에 걸리게 된다는 말이다. "죽어라고 고생해서 이제 좀 살만 해지니까 암에 걸렸다" 한탄도 바로 이런 심리적 인과관계 때문이다.
사건이 개인에게 미치는 스트레스의 정도는 배우자 사망은 1, 결혼은 7, 식습관 변화는 40이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사건들에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고, 그런 의미에 따라 같은 사건도 어떤 사람에게는 비극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사소한 사고가 될 수도 있다.
나 자신의 힘과 노력으로 안정된 생활을 유지함으로써 질병을 이길 수는 있지만, 질병을 통제할 수는 없다. 일상의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는 일이라도, 잘 자고 잘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많이 내려놓으면서 살아가는 것이 최고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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