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고등학교 마라톤 클럽에서 올해 9년 째 진행하고 있는 서울 부산이어달리기 6구간인 고령에서 밀양까지 62km를 동문들과 소풍간 기분으로 즐겁게 달리고 왔다.
이 행사를 처음 시작하게 된 동기는 일제시대 항일운동으로 희생된 선배들의 넋과 정신을 기리고 요즘의 해이해지고 이름만 있는 모교 행사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마라톤 클럽 자체 행사로 하다가 작년부터 동창회 차원의 행사로 격상되었지만 주관은 여전히 마라톤 클럽 회원들이 하고 있다.
인생살이에서 큰 업적을 남긴 사람들의 대부분은 그만큼 자신의 삶에서 시간이나 잠, 우정이나 돈같은 인생의 한 부분은 기꺼이 포기하거나 희생을 한 댓가로 얻은 경우가 많다. 무언가 기꺼이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라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상대방도 나와 동일한 논리적 의사려정 과정을 따라 선한 일에는 협력하길 바라면서 또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하면서 어떤 결정을 한다. 그렇지만 세상은 항상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보편타당한 원리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치 아이들이 자신이 기분이 좋으면 상대로 기분이 좋을 것이라 생각해서 마음대로 뛰어노는 것처럼, 우리는 나의 행동이 상대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 것이 세상살이 이치다.
세상을 움직이는 기준은 이기적인 생각과 행동이지만, 비록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상대가 보여준 협력적인 행동에 기꺼이 보답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또한 명확하다. 모종의 행동을 취함으로써 자식의 미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언행을 결정하는 부모의 사고방식과 비슷하다.
상대가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알고 나면 이미 그 행동을 바꾸기가 힘들지만, 모를 경우에는 상대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상당히 비논리적인 착각이다. 나 자신의 의사결정이나 행동의 선택은 상대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마술과 유사한 사고방식을 취할 수 있게 만든다면 공동의 이익을 해치는 이기적인 행동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지만, 이런 공동의 선을 달성하기란 쉽지 않는 일일 뿐만 아니라 그런 사고방식으로 무장할 수 있을 가능성 또한 의문이다.
어떤 모임이 움직이는 가장 일반적이고 좋은 방식은 명시적인 대화없이도 회원 스스로 동료로서의 암묵적인 약속을 지켜나가지만, 그런 시도가 동력을 얻어 저절로 굴러갈 수 있게 만드는데는 누군가의 힘과 희생이 따르게 마련이다.
정기적인 모임이나 대화를 통해 모든 일이 쉽게 진행될 수 있지만, 여기서도 용인할 수 있는 수준과 벌칙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협상과 타협이 뒤따르게 된다.
구성원들의 느슨한 협력감을 강화하기보다는 하지 않으면 안되겠끔 도덕적 영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제도와 규정을 마련하는 방법이 중요하다.
독점이나 담합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에서 감시하고 공정거래를 위반한 사례가 발생했을 때 과징금 등으로 벌칙을 주는 것도 모두 공동의 선을 위해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협력보다는 이기적인 선택을 하기 쉽다는 것을 의미하며, 또한 사실이다.
진화생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형제나 친족을 구하기 위해 나의 목숨을 거는 것같은 가까운 혈육간의 협력활동의 유전적 근거는 다음 세대까지 친족들과 공유하고 있는 나의 유전자 복제 가능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유전적 연관성이 훨씬 적은 동물집단의 경우에도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상호작용이 이루어졌을 때 혈육과 무관한 이타주의가 생겨나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동창회 사랑도 강한 동창회를 통해 나 자신이나 동문들에게 이익이 되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행동에 다름아니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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