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상에 누워계시는 어머니가 너무 연약해보여 안아드릴 수가 없었다."며 우울해 하는 환자가 오셨다. 요양원에 계시는 어머니를 어느 때처럼 찾아갔는데, 감정적으로 취약해진 어머니의 모습에 살을 맞대고 싶었지만, 갑자기 뼛속까지 느껴지는 냉담함에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내가 어릴 때는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이었다. 그런 어려운 환경에서도 피임방법이 보편화되지 못한 탓이겠지만, 아이들은 많이 나았다. 아이들에게 풍족한 생활을 제공하지 못하는 부모들이 "누구나 자신이 먹을 복은 타고 난다"는 말로 자신의 처지를 자위하하곤 했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텔레비젼 프로그램을 보면 요즘도 아기는 나무나 풀처럼 시간이 지나고 적당한 영양이 주어지면 타고난 유전적 기질에 따라 저절로 자란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많은 것같다.
먹고 살기 힘들었지만 우리는 부모들과의 신체접촉과 부모들의 확고한 신체적 자의식에 따라 유전적인 DNA의 청사진 이상의 신체적 감각의 발달 결과들로 나타나곤 했다.
나의 몸짓, 몸을 움직이는 방식, 고상하거나 천박한 태도, 육체적 자신감이나 거북함은 내가 자란 가정과 지역의 문화를 반영하고, 가족들이 나에게 물려준 몸짓들에 대한 나름의 해석을 나타낸다.
몸짓이 나의 소통에 필요한 단어들과 언어를 알려주듯이 특수한 몸짓과 움직임같은 신체적 감각을 통해 부모들의 신체적 특징들을 일부나마 체험할 수 있다.
아이들이 자라서 결혼을 하고 부모가 되고 나서야 아이와의 신체접촉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자신의 어릴적 환경들을 자주 떠올리게 되면서 부모들의 헌신적인 사랑에 감사하기도 하고 불행했던 가족생활에 대한 좋지 못한 기억들을 떠올리기도 한다.
어렸을 때 엄마에게 안긴 기억이 없는 아이들은 커서도 부모들과 포옹하지 못하는 것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몸에 익은 당연한 습관이 된다.
아이를 껴안고 다독이고 쓰다듬는 행동은 받는 사람만큼이나 하는 사람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너무 과도한 신체접촉은 성추행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지만, 자기 역할에 충실한 경호원같은 과잉보호보다는 적절한 신체접촉은 가족애를 숙성시키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내가 살아가면서 의도적으로 꾸미는 일부 행동들은 나자신의 한가지 선택지일 뿐이다. 그런 의도적인 선택들이 내가 속한 사회의 환경에 점자 녹아들고 더는 소외된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표현하는 행동으로 변화하게 된다.
내면의 육체가 차분해지면서 몸의 긴장도 풀리게 되고, 내 몸이 편안함을 느끼는 만큼 행동을 통해 편안함과 자신감을 드러내게 된다.
내가 편안해지면서 옷과 행동이 부드러워지면서 가족들이 좋아하고 기뻐하는 반응에서 존중감을 느끼고 그런 감정이 더욱더 사회가 바라는 행동을 하도록 고무된다.
가족들과의 관계를 통해 겉에서 속으로, 속에서 다시 겉으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고유한 정체성을 가진 나를 만들어가게 된다. 나날이 새롭게 내부의 몸을 성숙시키는 것이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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