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내가 무엇을 느꼈는지 헷갈릴 때가 자주 있다. 나의 감정이 항상 깔끔하고 정확하게 무엇을 느꼈는지 구별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말이다.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이 오락가락하거나, 어떤 감정의 쓰나미에 휩쓸리기도 한다. 요즘 심리상담업이나 인문학 강좌가 갑자기 성업하게 되는 이유도 사회적으로 자신의 감정과 분위기를 그만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나는 상대가 나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상상해보며, 이런 상상이 나의 신체 건강에도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도 질병과 관련이 있음이 분명한데, 감정표현 능력은 솔직함의 문제가 아니라 경험을 처리하는 기술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암과 같은 질병과 싸우는 환자의 투병의지를 정의하려면, 투혼의 강도를 측정하는 대신에 인간관계의 역학을 살피는 것이 합리적이다. 환자의 어린 시절 부모 등 양육자와 현재의 보호자의 투병의지를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에서 나를 나타내는 방법은 태어날 때부터 엄마가 나에게 부여한 것이다. 엄마가 '살아라'라는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했는지를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정 자체는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과 쉽게 구별할 수 없다. 유아 때 우리는 웃거나 찡그리는 법을 배움으로써 엄마나 가족들이 이런 신체 표현에 의미를 부여하며 반응하는 것처럼 감정은 사람이 서로 연결되는 소통의 한 유형이다.
내가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고 하여 사회적 관계에서 완전히 분리되거나 주변 사람들이 예측하는 감정을 품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나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정리하기 어려워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감정을 느껴야 한다고 어떤 규범을 주입할 수는 있지만, 이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우리 사회에 지금 유행하고 있는 이념 관련논쟁이 위험한 이유도 사람은 나름대로 각자 반응해야 정상이며, 자기 방식대로 반응하지 않을 때 오히려 더 문제가 있다고 봐야하기 때문이다.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사람들 중에 관절염 환자가 많고, 화가 나도 절대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 중에 암환자가 많고, 지나치게 친절한 사람 중에 다발성 경화증이 많다는 정신신체의학 연구의 결과에서도 감정표현의 중요성이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하나의 성격이 여러 질병에서도 발견되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류마치스성 관절염에 대응하는 성격에서 고혈압, 뼈관절염, 파키슨병, 그리고 다발성 경화증이 발견된다.
반면에 조작적으로 사고('감정표현 불능증'이라고도 한다)하는 사람들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놀랄 만큼 잘 견디며 훨씬 잘 생활하는 너무나 정상인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일수록 자신의 감정을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하며 자극을 기반으로 바깥 사물을 주로 인지하고, 상상과 환상도 빈약하며 로봇이나 기계처럼 조작 매뉴얼에 따라 활동한다.
이런 사람들은 궤양성 대장염과 소화성 궤양, 천식, 피부질환, 그리고 심장질환과 연결되며, 삶 자세에서 오는 신경성질환을 많이 앓고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많다.
이렇게 자기 감정표현에 서툰 사람이 쉽게 병에 걸리며, 특정한 병에 쉽게 걸린다는 말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병에 쉽게 걸릴 수 있다는 의미다.
몸에 좋은 제철 음식을 골고루 잘 먹고 운동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자. 희망이 암도 막을 수 있다는 관점은 내가 세계와 관계하는 방식을 보여주며, 이것이 나의 생물학적 운명을 만든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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