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계속 강화하는 것이 김정일 독재정권의 유지를 위한 벼랑 끝 전술이라고 비난한다. 벼랑 끝 전술은 벼랑 끝에 서서 내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밀어버리겠다고 위협하는 것이다.
상대는 물론 혼자 떨어지지 않는다. 미는 사람을 붙잡고 같이 떨어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벼랑으로 밀어버리겠다는 위협은 사실상 신빙성이 없다. 김정일이 정신차려 깊이 생각해봐야할 대목이다.
1962년 지금은 해체된 소비에트 연방의 지도자 흐루시쵸프가 미국 본토로부터 140km 떨어진 쿠바에 핵미사일 설치를 시작했다. 미정찰기들이 10월 14일 건설중인 미사일 기지를 촬영하는데 성공했고, 행정부에서 1주간 격론을 벌인 후 10월 22일 케네디 대통령이 쿠바의 해상봉쇄를 발표했다.
소연방이 이 도전에 정면으로 맞서기로 결정했다면 두 강대국간의 전면 핵전쟁으로 갈 수 밖에 없으며, 케네디 대통령은 그럴 가능성을 1/3에서 1/4로 평가했다. 몇 일 후 핵전쟁으로 갈 것인가를 검토한 흐루시초프는 철수를 결정하고 봉쇄후 처음으로 입항한 레바논 화물선 마르크라호로 건설중이던 핵미사일을 다시 분해해 실어나갔다.
벼랑 끝 전술을 이해하는 핵심은 그 벼랑이 깎아지른 절벽이 아니라, 내려갈수록 점점 더 가팔라지는 미끄러운 경사여야 한다는 것이다. 케네디는 세계를 이 경사의 상당히 아랫쪽에 가져다 두었고, 흐루시초프는 더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위험을 택하는 대신 다시 경사 위쪽의 안전지대로 되돌아오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벼랑 끝 전술의 핵심은 의도적인 위험의 창출이며, 이 위험은 상대로 하여금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위험을 제거하도록 유도할 만큼 충분히 커야한다. 자동차를 운전하여 서로 마주보고 달려오다가 먼저 방향을 트는 사람이 지는 겁쟁이 게임이나 비슷하다.
이런 벼랑 끝 전술을 우리 생활의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다. 기업과 노조,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대통령과 국회 등 대부분의 대결구도에서 한편 혹은 양측 모두는 상대방의 목표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의 능력을 지녔는지 확신할 수 없다.
요즘 중동의 민주화 운동도 또한 좋은 예가 되겠지만, 시리아처럼 양측이 벼랑 끝 전술로 맞서며 어느 쪽도 양보하지 않으려고 할 경우 상황이 통제 불가능하게 치닫고 비극적 결말로 종결될 가능성이 있다. 1989년 6월의 천안문 사태가 그런 비극적 결말의 좋은 예다.
겁쟁이 게임에서 실제 선택은 핸들을 꺽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언제 꺽느냐다. 두 운전자가 오래 직진할수록 충돌의 위험은 커지며, 너무 가깝게 근접하면 둘 중 한 대가 이제는 핸들을 꺽어야 되겠다고 결정해도 충돌을 피하기에는 너무 늦을 수도 있다.
벼랑 끝 전술은 실시간 겁쟁이 게임과 같기 때문이다. 지도자들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하겠지만, 여기서 '무엇을'은 먼저 수를 두는 쪽의 이점을 파악하는 것으로 과학의 영역이며, '어떻게'는 특정 상황에서 각각의 전략적 행동에 신빙성을 부여하는 방도를 찾는 것으로 기술의 영역이다.
'내일 아침에는 운동을 해야지!"하면서 알람을 맞춰두고 잠을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니까 알람을 끈 채 늦잠을 자서 운동을 못했다고 스스로를 합리화시킬 방법을 찾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
요즘 우리 나라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야당의 반대를 위한 반대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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