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신문에 재정적자와 경제위기로 실업자가 급증하고 있는 유럽연합의 한 국가에서 횡재용 복권을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의 사진이 실렸다.
사람들은 살기 힘들어지면 기적과 횡재를 기대하며, 그런 방향으로 상상하고 행동을 하게 되는 경향이 높아진다.
나의 어릴 적 기적은 엄마의 치마폭에서 나왔다. 내가 엄마가 좋아할 일을 했을 때 엄마의 치마폭에서 과자도 나오고 떡도 나오고 돈도 나왔으니까.
커가면서 경험한 기적은 나에게 항상 기적을 베푸시던 어머니께서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느꼈을 때다. 지금까지 피보호자였던 내가 이제부터는 보호자로 역할 전환이 이루어진 순간이었다. 어느새 내가 그토록 바라는 어른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는 내가 배고프면 밥을 얻어먹고 힘들면 도움을 받았지만, 이제부터는 어머니께서 배고파 하면 식사를 대접하고, 힘들어 하시면 힘을 빌려드려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나의 노력을 통해 행복이라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다.
부모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즐거움보다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한 일종의 의무적 도리이지만, 자식들에게는 본능적으로 관심과 애정을 쏟게 되며,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레 기쁨과 행복을 느끼게 된다.
그럼에도 기쁜 마음으로 부모를 모시는 사람들을 보면 능숙하고 자연스럽게 부모님을 보살피는 자녀들의 섬세함과 그런 자녀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준 부모님의 크나큰 사랑에 놀라게 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사랑에도 항상 친숙함과 생소함, 그리고 같음과 다름이 존재한다. 엄마의 친숙함 속에서 자식의 생소함이 나타나고, 오늘의 같음 속에서 내일의 다름이 나타난다.
과보호같은 지나친 친숙함은 무감각을 초래한다. 사랑이라는 친숙함이 본연의 가치를 발휘하려면 적절한 수준을 유지해서 차별화된 변화를 동시에 줄 수 있어야 한다.
의미에 대한 별다른 고민없이 부모로부터 받기만한 사랑이 아니라 미래를 살아갈 자식들을 생각하는 진지하고 창조적인 고민을 통해 선택하는 중대한 의미를 지닌 사랑의 차별화가 진정한 사랑으로 인정을 받게 된다.
우리가 살면서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비결은 항상 삶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친숙함과 편안함이 우리 삶에 중요하지만, 변화가 없는 단조로운 삶은 우리 감각을 조금씩 무디게 만들어간다.
어제와 다른 오늘, 오늘과 차별화된 내일처럼 일상의 삶에 지속적인 변화와 자극이 있어야만 우리 몸과 마음은 거기에 적응하기 위해 생기를 띄게 된다.
삶이 정체의 늪 속으로 빠지는 느낌이 들 때 기적적으로 신선한 활력과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고마운 존재가 바로 새로운 변화와 자극, 그리고 차별화이다.
살아오면서 기적을 느낀 적이 있는가? 사실 우리가 태어나 자라고 공부하고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고 자식을 얻고 키우고 나 자신이 발전한 일상의 모든 것이 기적과 횡재의 연속이었지만, 우리가 그 감사함을 모르고 그냥 당연한 것으로 넘겼을 뿐이다.
지금이라도 지나온 모든 세월과 사람들과 현재 내가 이 자리에 있기까지 나에게 진정한 사랑을 보내준 모든 것에 감사하고 그 만큼 사회에 되돌려 주는 연말을 만들자.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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