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하는 이유는 달리기를 통해 건강을 회복함으로써 체력향상과 그로 인한 자신감 회복, 불안감 해소, 즐거움 등의 개인적 변화 뿐만 아니라 클럽 활동을 통해 친목을 도모함으로써 사회성을 포함한 인간관계를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생각하는 달리기에 대한 고정관념은 순전히 건강과 즐거움이라는 개인적인 이유이며, 그렇기 때문에 90년대 말 국내의 초기 각종의 마라톤 대회도 모두 수익성 추구 일색이었다.
여기에 기부문화를 추가하면 어떨까로 사고의 개념을 넓힌 결과 달리는 의사들이 주최하고 수익금 전액을 소아암 환우들의 치료비로 지원하는 소아암 환우돕기 서울 시민 마라톤 대회가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첫 대회가 2002년 어린인 날이었다. 우리 국민 대부분이 IMF로 힘들 때. 사회 경제적으로 기반이 잡히지 않은 젊은 부부들이 맞벌이라고 한 사람은 강제 퇴직한 상태에서 아이가 암에 걸리면 치료비 때문에 결국에는 이혼까지 가는 사례를 보면서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다.
부모가 이혼한 상태에서 아이가 국가의 보조로 완괘되어라도 직업없는 편부모 슬하에서 정상적인 성장을 기대하기는 한계가 있으며, 어렵더라도 이혼만은 하지 않게 할 수 있다면 회복후 편부모 상황보다 아이가 최소한 더 정상적인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소아암 환우나 부모가 훗날 사회적으로 성공하여 어려웠을 적의 사회적 도움을 생각하고 다시 2차 기부를 하게될 확률도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 젊은 부모들은 지금 어렵지만 사회적 관심과 지원의 힘을 가장 크게 느껴 자신들의 삶을 지탱하는 계기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2002년 달리는 의사들 회원들과 함께 소아암 환우돕기 건강 달리기 대회를 개최하게 되었고, 운영비는 협찬으로 해결하고 참가비는 전액 추천받은 소아암 2명에게 현장에서 전달하였다.
사람들의 고정관념은 본능적이고 무의식적 차원에서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기존의 마라톤 대회라는 고정관념 자체를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활용하여 대회의 개념을 조금 확장시킨 꼴이다.
대회에 참가하는 주자들이 무언가 이해하기에 앞서 대회 현장에서 사전 행사 중에 기부금을 전달함으로써 대회의 성향을 새로운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우리의 순수 기부성 대회가 개최된 이후에 언론사들이 주최하는 대회에서 외국 대회를 벤치마깅하여 1m 1원이라거나 특정 질환을 지원하는 기부성 프로그램들이 대대적으로 도입되었으나 얼마만큼의 액수가 어떻게 누구에게 지원되었는지는 소상하게 밝혀지고 있지 않다.
대대적인 홍보나 광고없이 소아암 환우돕기 서울 시민 마라톤 대회를 올해로 8회 째 진행하면서 우리가 제시하는 가치에 대해 주자들이 처음에는 낯설어하다가 이제는 익숙을 넘어 친숙해졌으며, 따로 추가적인 정보나 공부를 할 필요도 없었다.
기부라는 사회적 나눔의 분야는 이미 주자들에게 아주 친숙한 공간이며, 바로 이 점이 중요한 것이다. 고만 고만한 상업성 마라톤 대회에서 자신만의 운동과 참가 패턴이 굳어지고 평준화되고 있는 상태에서 주자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고정관념에 저항하지 않으면서 또 하나의 새로운 대회 형태로 관점이 이동하도록 설득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생각이다.
아이들에게는 과일 맛 쥬스를 주지만, 운동을 할 때나 하고 나서는 스포츠 음료를 먹고, 집에서는 초콜릿 바를 먹지만, 달리기나 등산을 갈 때는 에너지 바나 젤을 챙기는 것도 일종의 고정관념이 확장된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달리기는 개인적인 성취를 위한 운동이라는 고정관념은 오랜 운동 경험을 통해 형성되어 왔지만, 일반 마라톤 대회와 기부성 마라톤 대회의 차이도 일반 주자들이 가지고 있는 마라톤 대회에 대한 관념의 차이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고정관념의 경계는 절대적인 것도, 신성한 것도 아니며, 관점의 전환만 있다면 탄력적이고 자유롭게 얼마든지 변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주자들이 가지고 있었던 마라톤 대회에 대한 고정관념의 한계를 뛰어 넘어 주자들의 인정을 받아 기부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 서커스의 한계를 넘어선 태양의 서커스나 IT의 한계를 넘어선 갤럭시나 아이폰처럼 무한한 발전을 기대해 본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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