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눈이 왔다. 모든 지상세계는 하얗게 덧칠되었다. 마치 쌓인 낙엽이나 눈 아래 무엇이 숨어있는지 모르는 것처럼 세상은 원래가 불확실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금은 이타적이고 조금은 이기적인 동기, 즉 현실주의와 실용주의에 의해 도덕적 기준이나 신념을 남용하며 세상을 보고 대응하고 살아간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종교적 이유로 전쟁이 계속되는 것처럼..
자신의 이념을 거리낌없이 트윗에 공개한 판사들처럼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듯한 사람들도 있다. 인생의 불확실성에 대한 사고가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조심스럽게 상황을 분석하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이 무엇인지 찾는 노력이 필요없어 보인다.
방향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거의 모든 사상이 가졌던 원래의 뜻이 없어지고 모든 관련자에게 수긍이 갈만한 타협안을 찿아내려 힘들게 노력하는 것보다 기발함 모방과 남용으로 눈길을 모으는 것이 숭고한 행동처럼 나타나기도 한다.
지뢰를 제거하려 천천히 일정한 방식에 의해 조용히 움직이는 군인들의 용맹함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행동이 불확실성, 회의, 조심성같은 행동은 변화의 주역이 아니라 소심한 관망자 혹은 방관자처럼 보여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런 조심성은 철저히 혼란스럽기도 하고 때로 사람을 지치고 좌절하게 만들기도 하는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세상을 정직하게 인정하고 잠시 쉬면서 주위를 둘러보고 질문하고 행동하는 겸손의 정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삶에는 행동이 필요하지만 행동해야 한다는 동기의 늪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행동해야 하는 동기가 눈에 보이는 일부분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실체가 무엇인지 혹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끊임없는 사색과 성찰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인생살이와 관련된 동기들은 복합적이기 때문에 나와 남의 개성과 현실적 동기의 유동성 및 복잡성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세상은 여러 방향으로 향하는 힘의 결합에 의해 이끌려가는 것이 변함없는 진리이기 때문이다.
이성적이면서 감정적이고 의식적이면서 무의식적이기도 하며, 이기적이면서 고귀하기도 하고 편협하면서도 도덕적이기도 하며, 논리적이면서도 "뭔가 해야할 것같아 했을 뿐"이라는 설명만 가능할 수도 있는 것이 세상사다.
살아가면서 내적 갈등이 생긴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결정을 앞에 두고 있다는 증거다. 내가 도덕적 진실이라는 확신이 든다면 그 확신 자체가 위험하고 맹목적일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동시에 기억해야 한다.
모두가 미처 날띨 때 침착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은 일이지만, 모두가 혼란에 빠져 있을 때 침착할 수 있는 사람은 대부분이 현실적인 실제 상황을 잘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
살아가면서 내가 진실로 아끼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면 불필요한 가지를 쳐내고 나서 윤리적 기준에 어긋나지 않는 남을 돕거나 나의 이익과 감정, 자부심과 열망을 보존하기 위한 행동을 취하고 기꺼이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
인생살이의 모든 행동이 전부 순수한 동기에서 출발하는 순교적이거나 희생적인 것은 아니지만, 윤리적인 이유 뿐만 아니라 이기적인 이유 때문에도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적 도전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면 안된다.
예측할 수 없는 세상살이에서 유동적이고 여러 개의 얼굴을 가진 문제에 부딪쳤을 때는 나는 그냥 가만히 시간을 죽인다. 즉석에서 답을 구하는 것이 겁쟁이거나 바보같아 보이더라도 지난 인생을 보면 나의 선택권에 따른 파급효과나 함정 등이 많았음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의과대학에 다닐 때 배운 빠르고 자신있을 때일수록 잘못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격언을 생각한다. 의사의 결정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내가 희생자가 될 때는 매우 안된 일로 끝나지만, 다른 사람의 인생이 걸려있을 때는 무책임한 일이 되기 때문이다.
인생살이 자체가 복잡함 그 자체이기 때문에 지름길이 편하고 좋기는 하지만 대부분 지뢰밭일 가능성이 많다. 아무리 세상이 결과만 원하더라도 항상 어떤 결정을 하기 전에 완충지대를 만들 노력이 필요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항상 가장 창조적인 방법을 찿아 무대 뒤에서 조심스럽지만 재치있게 그리고 끈기있게 행동함으로써 내가 바라는 세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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