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침에 주로 집에서 탄천교와 잠실 헬기장을 지나 선착장 근방까지 약 14km를 달린다. 매번 달릴 때마다 얼마나 먼 거리를 달렸는지, 얼마나 빠른 시간에 달렸는지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처음과 같은 가벼운 기분으로 달리기를 마쳤거나 1~2분이라도 시간을 단축하면 날아갈 듯 즐겁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숨쉬기가 얼마나 가빴는지, 혹은 땀이 흘렀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달리기를 처음 시작하여 이것 저것 궁금한 것을 찾아보다 주춤할 때가 있다. 달리기 강도는 자신의 최대 심박수의 몇 %로 하라는 등의 설명에 관한 대목이다. 최대 심박수가 뭐지, 왜 그것이 중요한지가 피부에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운동에는 나름의 안전수칙들이 있는데, 그 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예를 들어 똑같은 달리기지만 힘을 얼마나 썼는가, 즉 얼마나 힘들게 운동했는가를 객관화시키는 기술 중의 하나가 최대심박수다.
운동하는 동한 쓴 힘은 운동하는 동안 소비한 열량과 같다. 운동량이 증가하면 힘이 많이 들고, 그만큼 심박수가 증가하지만, 어느 정도 이상으로 넘어가면 운동량이 더 증가해서 에너지 소비량이 증가해도 심장이 뛰는 속도는 아주 적은 폭의 변화만 보이거나 심박수가 정체된다.
이렇게 운동하는 도중에 최고 수준에서 정체된 심박수가 최대 심박수가 된다. 최대심박수의 정체가 죽어라고 뛰는 주자에게는 짜증스런 현상이 될 수도 있다. 열심이 달리는 만큼 심박수는 계속 올라가야할 것같은데 제자리에서 미적거리고 있으니까 말이다.
보통의 이론적 설명에 의하면 워밍업 강도는 최대 심박수의 60~70%에서 하고, 본운동은 최대 심박수의 80% 수준으로 하라고 솔명하고 있다. 그렇지만 심박수를 재기 위해 신나게 달리다 10초 정도 제자리에 서서 목을 지나는 경동맥에서 운동 심박수를 재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최대 심박수의 60~70%나 80%에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 이론적으로는 이런 강도의 운동을 하면 몸에서 땀이 나고 숨이 차며 대화를 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다고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음을 고정식 자전거를 타보면 알 수 있다.
최대 심박수는 심장이 최대로 빠른 속도로 뛸 때의 맥박수를 말하는데, 통상 220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값이 최대 심박수다. 이런 심박수에 가까워지면 산소 호흡이 거의 어려워지면서 그 강도를 2~3분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는 뜻으로 최대 심박수의 90%를 넘어서면 무호흡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잘못하면 죽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론적으로는 전력질주는 30초 이상 할 수 없어야 하는데, 실제 달리기를 하다보면 전혀 이론과 맞지 않는 현상이 발생해서 헷갈리게 된다. 보통 달리기를 하면서 운동맥박수가 분당 150회 정도 넘어야 땀을 흘이며 조금 힘들다는 느낌이 오는데, 이 수준을 이론적으로는 최대 심박수의 80%가 넘었다는 의미지만, 훈련을 하다보면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힘들지도 않고 한 시간 정도 계속 달릴 수도 있다.
성인이 되면 나이 한 살을 먹을 때마다 분당 최대 심박수가 1회씩 줄어든다. 최대 심박수를 이용한 운동 강도의 유지는 운동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별로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체적인 결론이다. 이론적인 최대심박수 강도보다는 운동하면서 내가 느끼는 힘든 강도가 더 정확하다는 말이다.
하버드의대 조앤 맨슨 교수가 2만 1481명의 40세에서 81세까지의 남자 의사들을 12년동안 관찰하여 돌연사한 122명을 분석한 결과 심장질환으로 진단받은 사람은 없었다. 운동하던 중의 돌연사가 운동하지 않는 돌연사의 17배에 달했지만, 이것도 일반적인 위험도로 환산하면 격렬한 운동을 하는 151만명당 한 명꼴로 매우 미미한 정도다.
운동 도중에 돌연사할 가장 위험한 사람은 전혀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며, 매 주 네번 이상 운동을 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그 가능성이 가장 낮았다.
운동을 하는 도중에 또는 그 직후에 돌연사할 가능성은 극히 적었으며, 실제로 그러한 일이 발생한 경우도 그 이전에 거의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거나 돌연사의 요소를 이미 갖추고 있던 사람들, 이를테면 심장질환을 앓고 있었거나 당뇨환자, 흡연자에 집중되어 있었다.
35세 이상의 남자나 40세 이상의 여자들이나 운동을 전혀 하지 않던 사람, 혹은 비만이거나 당뇨병이 있거나 심장병력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최대 심박수를 알아보기 위해 기진맥진하게 달릴 필요는 없으며, 안전하지도 않다는 말이다.
과학적인 기준은 오히려 헬쓰머신들을 판매하는 회사들의 마켓팅 상술(우리 운동기구에는 운동강도를 안내하는 프로그램이 탑재되어 있다는 식으로)로 전락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규칙적으로 달리는 사람들에게는 최대 심박수의 망령은 끼어들 여지가 없다.
달리는 주자들에게 돌연사는 없다. 그냥 즐기기만 하면 된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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