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남자와 여자가 있어야 하고, 부부가 서로를 믿고 의지해야 평생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어떤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로 우선 의사와 환자가 있어야 하고 의사와 환자 사이에 의식적, 무의식적 믿음과 생각이 함께 작용해야 질병치료의 효과가 나타난다.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진을 대하는 환자들의 태도는 개인적 과거사,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따라 환자마다 다르다. 주위에 환자가 생기면 쉽게 유명하거나 권위있는 명의를 만나보라고 추천한다. 그만큼 의사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작 우리는 왜 치료가 성공하거나 실패하는지 여전히 모를 수 있지만, 일단 의사를 믿으면 신기하게도 치료효과가 좋아진다는 사실만은 확실하다.
진료실을 방문한 환자에게 문진만 하고 정작 몸을 살피는 진찰을 하지 않으면 불평을 하는 환자분들이 더러 있다. 몸음 만지는 진찰을 하면서 의사와 환자 사이에 오가는 말들이 환자의 신념체계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반면에 나에게 오는 단골 환자들 중에서는 자신의 불편한 점만 이야기하고 일어서는 분들이 많다. 모든 환자가 근골격계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폭넓은 신체접촉이 불필요한 경우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1세에서 15세 사이의 인격이 형성되는 시기에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듣는 말은 세상을 인지하는 방식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부모나 선생님들이 나에게 해주는 말이 내가 주변사람들에게 어떻게 대답하고 반응할지 알려준다.
말은 이상과 열정, 목표를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말을 다시 기억하고 말의 중요성을 이해하려면 나에게 그 말을 해준 상대의 정신생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내가 진료실에서 가장 흔하게 느끼는 일반 의료행위는 바로 나 자신이다. 약이 아니라 내가 약을 처방하는 방식과 환자가 약을 받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의사의 진단은 고정된 상황에 그저 질병의 이름을 붙이는 행위가 아니라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적극적 요인이다. 알다시피 진단이 곧 치료이기 때문이다.
암과 같은 악성질환에 시달리는 환자들에게 진단 결과를 그대로 알려주는 것이 환자에게 이익일까 아니면 생명을 단축시키는 행위일까?
치료기술이 아주 많이 향상되어 심각한 질병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모두 사망하지 않기도 하지만, 의사와 병원은 소송에 휘말리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환자에게 진실을 이야기한다.
이제는 환자와 가족들이 자신들이 금방 의사에게 들은 최상의 시나리오와 끔찍한 예후에 대해 왜 의사가 기적처럼 회복된 사례들을 말해주지 않는지에 대해 의사를 원망할지도 모른다.
법적 문제 외에 진실과 안녕이라는 철학적 문제가 있다. 윤리적으로는 암환자에게는 환자의 안녕 대신에 진실을 선택해야 하지만, 우울증 환자에게는 진실 대신에 환자의 안녕을 선호하게 된다.
자식을 양육하는 부모와 제자를 교육시키는 선생님들의 말이 중요하듯이 환자에게 의사의 말은 의료행위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말을 통한 암시는 사소한 행동이 아니라 환자의 병을 낫게도 만드는 아주 강력한 힘이 있다. 갑과 을의 상관관계에서 조언을 잘못하거나 엉뚱한 시점에서 농담을 하거나 심각한 말을 잘못 강조하면 을의 입장에서는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끔찍한 결과를 당할 수 있다.
내 말 한 마디가 나보다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압박해서 충분히 건강을 상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함부로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대신에 '나는 강하다' '나는 잘 났다'고 생각하며 힘차게 하루를 시작하자.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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