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부산대학교 재경총동창회 정기총회가 있었다. 정기총회에서는 동창회장이 새로 선출되고, 감사를 포함한 임원진들이 대강 구성되었다.
나의 젊은 시절은 경제개발 시대로 내가 무엇을 하면 될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앞서 나갈 수 있을지 같은 삶의 방법들이 쉽게 보였지만, 요즘은 한 치 앞의 상황도 제대로 알 수 없는 복잡다양하고 불확실한 시대가 되었다.
세상이 복작다양해지면서 사람들의 관심도 '무엇을', '어떻게'가 아니라 '누가'해야 나의 삶에 득이 될 것인가로 바뀌고 있다. 어떤 면에서 모두가 리더들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조직의 규모가 다를 뿐, 정말 그렇다. 그리고 내가 맡고 있는 조직의 흥망성쇠의 운명은 나의 언행과 조직 구성원들 사이의 신뢰의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개인적이거나 직업적 일상에는 100점짜리 정답이 없는 것이 더 많기 때문에 학생들이 학과시험 문제를 푸는 것과는 다르다. 어중간하게 아는 사지선다형 문제에서 답을 찾는 것처럼 내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어차피 위기에 따른 위험은 항상 있을 수 밖에 없다.
나만의 삶이 아니라 함께 하는 가족이나 조직구성원들의 삶이 걸려있기 때문에 항상 결정에 그만한 크기의 책임이 따라오는 것을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책임에 따른 심리적 스트레스를 피해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낄 때도 한번씩 있기는 하지만, 건강한 삶에서는 피할 수 없는 숙명과 같은 것이라 생각하며 그 자리에서 할 일을 하게 된다.
'나를 따르라!'식의 혼자 결정하고 혼자 책임지던 전통적 방식으로 살아가기에 세상이 너무 복잡하고 넓고 다양하다. 그래서 책임과 성과를 혼자 맡거나 나누지 않고, 대화를 통해 능력에 맞게 책임을 분산하여 맡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다.
구성원들에게 권리향유도 중요하지만 의무이행도 중요함을 이해시킴으로써 구성원들이 무엇을 해야할 것인지 스스로 생각함으로써 친밀감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만들어야야 할 책임이 있다.
누구나 사랑을 하면 자연스레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진다. 관계란 함께 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라는 영양분을 먹고 자라는 생명체와 같은 것이다.
일대일 만남의 시간을 가지고 함께 있는 그 순간들에 몰입할 수 있어야 사랑을 키울 수 있는 것처럼 우리의 인간관계도 똑같다. 어떤 사람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은 시간을 내서 그 사람에게 집중하는데서 시작된다.
사랑과 나눔과 지식은 쓰면 쓸수록 점점 줄어드는 은행잔고 같은 것이 아니라 바람에 날리는 풀향기처럼 많이 나눌수록 더 커지고 늘어난다. 창의성과 정보가 그렇고, 친구, 돈, 성공도 나누면 나눌수록 더 많은 친구와 돈, 그리고 성공을 불러들이며, 베품이 곧 더 큰 베품을 낳는다. 먼저 주고 베푸는 사람이 더 성공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인생살이에서의 나의 역할은 연극 프로그램을 보면 가장 잘 이해가 된다. 프로그램에는 깨알같은 글씨로 아무리 작은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도 공연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이름이 나와 있다.
사회조직에서 처럼 사장이나 관리자라고 큰 글씨로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배우들의 이름이 강조되고 있다. 스테프들은 단지 공연에 필요한 관리감독자일 뿐이다. 배우들은 감독의 지도를 받지만, 관리를 받지 않으며, 감독도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은 배우가 알아서 잘 해내리라 믿을 뿐이다. 일상에서 내가 감독이자 배우인 이유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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