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랜 친구와 오랫만에 만나 세상살아가기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거의 모든 부모에게 자식은 하나의 선물이다. 이 말은 자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의미이지 부모가 자식들의 삶을 설계하거나 부모의 야망을 해결하는 도구로 봐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자식사랑은 우연에 따라 부여된 염색체의 상태에 따른 소질이나 성격에 달린 문제가 아니다. 매력적인 성격이나 자질은 친구나 배우자를 고를 때 일부 참고할 수는 있지만, 자식들의 자질 자체를 완전히 예측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양심적인 부모라도 자식의 모든 부분을 전적으로 책임지기는 불가능하며, 살아가는 동안 만나는 친구들의 삶에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도 정말 생각보다 훨씬더 제한적이다.
부모가 아이를 설계하고 자식이 자신의 유전형질을 골라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남아를 선택하거나 유전질환을 진단하는 등 자식의 삶을 통제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부모의 오만적인 충동이 문제다.
오만과 충동 때문에 부모가 자녀들의 폭군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부모와 자녀의 자연적 인간관계를 망칠 뿐만 아니라 현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부모의 마음과 예측 불가능한 상태로 길러지는 인간 본연의 동정심의 싹을 없애버린다.
자녀를 선물이나 축복으로 여긴다고 해서 질병에 걸렸을 때 수동적이 되라는 말이 아니다. 아픈 자식을 치료하는 것은 자식의 자연적인 힘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힘의 진가를 발휘하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의학적인 치료란 것이 신체에서 질병의 자연적인 경과를 약, 수술 혹은 다른 처치를 이용해서 개입하고 간섭하고 차단함으로써 건강을 회복하거나 유지하는 것이다.
의료도 운동과 마찬가지로 목적에 따라 방향과 경계가 나뉘게 되는 실천적 행동이다. 단순히 생물학적인 의미를 넘어서 좋은 건강과 정상적인 신체기능이 어떤 것인지의 정의가 필요하기는 하다.
건강은 그 자체로 독특한 인간의 선이 아니라 행복과 복지를 최대화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건강은 본질적 가치가 아니라 도구적 가치일 뿐이다. 건강도 자원의 일종으로 내가 원하는 일을 할 때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건강은 도구적인 의미 뿐만 아니라 나의 인간적 번영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적어도 일정 범위에서는 건강이 나쁜 것보다 좋은 것이 낫지만, 극대화할 수 있는 지고의 선은 아니다. 건강에서 거장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의미다.
경쟁적인 사회에서 성공을 가져다주는 재능이나 소질과 달리 건강유지에는 제한이 있다. 부모는 자녀들을 끊임없이 군비경쟁같은 곳으로 끌어들이는 위험을 자초하지 않으면서 건강을 추구하게 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사랑이라고 해서 자식의 성장발달의 방향을 잡는 것까지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부모는 마땅히 자식을 잘 키울 책임이 있고 재능과 소질을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것을 도와줄 책임이 있다.
부모는 자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탹월성을 증진하는 동시에 끊임없이 완벽하게 변화하기를 요구하기도 한다. 이 수용과 요구 사이에 균형을 맞추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세상살이는 있는 그대로 바라보다가 한번 받아들여 보는 쪽이지 세상의 틀을 만들어 거기에 스스로를 맞추는 것이 아니다. 자식도 똑같다. 억지로 꿰어 맞춘다고 그대로 되는 것도 아니다.
주어진 환경에 맞설 용기있는 행동을 활성화하여 스스로 경쟁 사회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능력을 개선하고 성격을 완벽하게 변화시키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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