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잠원동에 사는 고교동기들이 만나 살아가는 일상으로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다.
정치의 시기인지라 열심히 사업에 전념하여 국제적으로 승승장구하던 한 기업가가 정치권과 잘못 얽히게 되면서 망신당하는 이야기를 접하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보통 나의 생각은 아무런 감정적 저항이나 갈등 없이 쉽게 바꾸는 경우가 자주 있지만, 누군가 그런 나의 잘못을 지적하기라도 하면 몹시 흥분하면서 그렇지 않다고 고집을 부린다.
신혼 때 작은 이야기들이 순식간에 큰 부부싸움으로 번지기 쉬운 이유다. 어떤 사람에 대한 믿음은 놀랄 정도로 경솔하고 쉽게 만들어지지만, 그런 믿음이 빼앗길 위험에 처하면 정말 쓸데없이 그 믿음에 집착하게 되기 때문이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 자체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서 도전받는 나의 자존심이 문제다. 어느 누구도 나를 과소평가하는 언행을 할 권리가 없으며, 중요한 것은 나에 대한 다른 사람의 생각이 아니라 나 자신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가에 있다는 말이다.
나이가 들면 상대적인 체력약화에 비례하여 자신감도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반면, 자존심은 다시 도전하고자 하는 나의 의지를 무너뜨리기도 하기 때문에 나이든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는 더욱더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내가 옳고 상대가 분명히 잘못했다 하더라도, 인간적 존엄성에 상처를 주어 체면을 잃게 하면 곧 자존심에 상처를 받고 나와의 인간관계가 무너지게 된다.
지금까지 쌓아온 체면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집착해서 사회적 지위를 위험하게 만들 소지가 있는 포부는 의식적으로 피하게 된다. 내가 개원하려고 했을 때 지금까지 이루어온 편한 길을 버리고 왜 새로운 험한 길을 가르느냐는 장남의 걱정이 그런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뭐라고 할까?'라는 걱정 때문에 소심해져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제자리를 맴돌면서 비판적인 시선을 받을 만한 일은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된다. 다른 사람의 시선 때문에 새로운 모험을 피한다면, 그들이 생각하는 나와 진짜 나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나의 인생의 90%는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결정된다는 말처럼, 근엄한 자존심을 내세우며 지금 바로 '할 수는 없다'며 검토만 거듭하는 사람들이 의사결정권의 힘을 가지고 있다면 인생의 모든 재미는 사라지고 인류의 역사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을 평가하고 비판하는 가장 그럴 듯한 이유는 잘난 척하고 싶어서다.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어떤 사람이 나를 비판하더라도 자존심 때문에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자존심을 억누른다고 해서 큰 일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요즘 언론에 많이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인생살이에서 오히려 자존심만 내세우다 인생의 더 소중한 가치를 놓치는 경우가 많음을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만나는 사람들을 상대의 입장에 맞게 존경하고 배려하면 신뢰와 사랑이 깊어지겠지만, 나의 자존심을 내세워 무시하고 홀대하면 불신과 증오가 넘쳐나게 되는 것이 세상이치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는 속담처럼, 내가 먼저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해야 그것이 곧 나에 대한 존중과 배려로 돌아오게 된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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