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다가오면서 요즘 연일 정당간, 혹은 당내 인사간의 비난과 불만, 그리고 자기 결백의 소신들이 난무하고 있다.
나의 행동은 내가 가진 성격적 기질 때문일 수도 있고 내가 처한 상황 때문일 수도 있다. 화를 잘 내는 것이 나의 원래 기질 때문일 수도 있고 어떤 상황을 참다 참다 더는 못 참아 화를 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결과에서 원인을 추론하는 것보다 원인에서 결과를 추론하는데 더 자신감을 가진다. 아들이 성격이 급하면 아버지도 급한 성격일 경우보다 아버지가 성격이 급하면 아들도 급한 성격일 경우가 더 그럴 듯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4명 중 3명이라고 한다.
원인이 결과를 낳기 때문에 부모에서 자식으로 이어지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게 보일지는 모르지만, 결과에서 원인을 찾는 것보다 원인에서 결과를 추정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행동이다.
원인에 대한 추정은 결과의 성격에 크게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적어도 인과행위 주체가 사람이라면 어떤 상황의 결과가 극적일수록 우리는 원인을 행위 당사자에게 돌리기 쉽다.
아이가 청소를 하다가 실수로 물컵을 떨어뜨려 깨뜨린 경우와 억지로 하는 청소에 화가나 일부러 컵을 밀어 깨뜨리고 엄마로부터 야단을 맞을 때도 아이들은 혼난다는 사실만 생각하지 고의나 실수로 한 행동 자체는 고려하지 않는다.
내가 모르는 사람을 다치게 할 때보다 내가 잘 아는 친구나 가족을 다치게 했을 때 가해자에게 더 큰 책임을 묻게 되는 것 또한 일반적인 상황논리의 한 예다.
행동의 결과가 두드러지면 두드러질수록, 그런 행동를 한 사람의 책임을 엄중히 묻게 된다. 어떤 사건에 대한 정서적 느낌의 차이에 따라 마음은 행위와 결과의 인관관계를 더 강하게 믿게 되기 때문이다.
성격과 상황이 모두 어떤 행동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사람들은 가장 특이한 것 한 가지만 원인으로 집착하게 되는 경향이 있고, 그것 때문에 큰 실수를 범하게 될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이 비슷한 상황에서 항상 그렇게 행동하는가 아니면 어쩌다 그런 행동을 한 것인가에 관심이 많고, 그런 경향성에 많이 휘둘리지만, 같은 상황에서는 누구나 그럴 수 있다는 증거를 살펴보는데는 게으르다.
한 사람의 행동을 상황보다 성격적 특징이나 기질적 요인으로 돌리려는 경향이 보편적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비합리적이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성격적인 특성은 때와 장소, 혹은 상황에 따라 변하기 쉽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공부 잘 하던 학생이 성적이 떨어진다면 그것이 학생의 성격 때문인지 가정상황 때문인지 동시에 살펴봐야 한다.
어떤 상황이 원인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뿐만 아니라 다를 사람들의 행동까지 따져보고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복잡하고, 또 모든 행동이 상황에서 나오지 않기 때문에 성격적 기질을 원인으로 못박아 두면 나의 판단에 맞는 것만 알아차리게 되기 때문에 살아가기가 쉽다.
"잘 되면 내 탓, 잘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속담처럼, 내가 한 마음에 들지 않는 부정적인 행동은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상황 탓이고, 다른 사람의 행동은 어쩔 수 없는 그의 성격 탓으로 돌리면 마음이 편하다는 말이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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