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동아마라톤 대회가 있었다. 광화문에서 출발하여 남대문을 비켜 청계천을 한바퀴 돌고 홍인지문을 거쳐 군자교, 어린이대공원과 서울 숲 입구를 지나 잠실대교를 건너 석촉호수 주위를 돌아 종합운동장으로 골인하는 코스 때문에 많은 주자들이 참가하고 있다.
마라톤이라는 100리길 달리기는 도전적 용기와 지속가능한 체력 때문에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감탄, 심지어는 금전적 보상까지 얻기도 하지만, 주로에서 달리는 동안 일어나는 모든 행위들이 진정한 충족감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다.
어제 24km 지점 근방에서 내 앞에 가다가 갑자기 비틀거리다 쓰러진 주자를 봐주며 구급차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데 거의 이십분이나 걸렸다.
서울소방방재본부에서 맡고 있는 지휘 통제체계와 소속이 다른 민간 구급차 기사들 사이의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리허설 한번 없이 현장에서 구급차가 어디 대기하고 있는지도 파악하지 못한 데서 오는 작전실패의 한 단면이었다.
마라톤 대회에서 자주 보지만 주자의 준비나 주로전략의 실패도 사고의 아주 중요한 요인이다.
자신의 몸에 이상이 느껴지는데도 불구하고 완주 포기는 무슨 크나큰 금기어라도 되는 양, '오늘은 여기까지만 가자'라고 말하지 못하는 습관은 성공적인 삶에 아주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살아가면서 나의 가치관과 열망에 위배되는 것이 분명한데도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그만', '아니야'라고 말하지 못하고 '계속' 혹은 '네'라고 말할 때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잘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배짱있게 거절하지 못하면 긴장되고 따분하고 지치고 아무런 성취감도 느낄 수 없는 행동이나 만남만 이어질 것이다. 어떤 일에 성공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일이 사소한 것이 얽매여 일어난다.
마라톤 대회에서는 좋은 경험들도 있는 반면에, 부지불식간에 갑자기 일어나는 일이 우리를 불만족과 환멸의 길로 이끌어 가기도 한다. 잘못된 선로를 달리는 기차처럼 평생 열심히 일하고도 원치 않는 종착역에 도달하는 사람들처럼...
스스로 잘못 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고, 나의 완주를 너무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들 때문에 가만 있으면 안되는 줄 알면서도 용감하게 중단하지 못해서일 수도 있다.
마라톤 완주라는 위대한 일을 이루려면 지금 즐기고 있는 좋은 마음의 감정에서 빠져나와 신체가 느끼고 있는 상태를 바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누구에게나 좋은 감정에서 빠져나오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고, 사용하지 않아서 그렇지 주자들 누구에게나 그런 용기는 있다.
마라톤 대회에서 달리다가 중간에 중단한다고 해서 내가 생각하던 나 자신에 대해 일시적으로 실망감을 느낄 수는 있지만, 그것 때문에 인생이 무너지거나 끝장나는 일은 절대로 없다.
주자로서 그런 결정이 용기가 필요한 힘든 일이긴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생각보다 훨씬 더 용기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웬만큼 좋다고 해서 그냥 머물러 있으면 절대로 위대한 일을 할 수는 없다.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위대한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좋은 것을 포기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엄청나게 기분 좋은 일들 때문에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종종 생길 수 있는데, 마라톤 대회에서 몸에 이상을 느껴 경주를 중단하는 결정을 미루는 것도 그런 것이다.
과도한 "예"나 "계속 고!"는 오히려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망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누구보다 많은 시간과 관심, 그리고 힘을 쏟아부어야 할 아끼는 사람들에게 충분한 사랑과 관심을 주지 못할 불행한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말이다.
마라톤 대회에서 경주를 중단하는 선택을 하기가 유난히 힘들기는 하지만, 그리 중요하지도 않는 일을 계속 했다가 내가 가장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는 뒷맛이 씁쓸한 가혹한 현실을 억지로 받아들여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육제적으로, 정신적으로, 감정적으로 지친 상태에서는 정말 하고 싶은 위대한 일은 하나도 하지 못한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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