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세상의 모든 것은 색깔과 모양으로 자기 존재의 정체성을 표현한다. 우리에게 그것은 하나의 정보로 기능한다.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줄곧 색깔과 모양 속에서 살아가고, 부처님께서는 그것을 '색(色)'이라 불렀다.
우리는 이 색에는 이렇게, 저 색에는 저렇게 서로 다른 행동을 취함으로써 조건 짓기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간다. 개개의 시각적 이미지는 우리에서 방아쇠 역할을 다하고 있으며, 이미지를 통해 일련의 운동인 행동을 순간적으로 유발한다.
길 건너편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보이면, 내 몸에서는 순환계와 내분비계를 포함해서 자극에 대한 대응 반응이 일어난다. 그런 변화를 우리는 '기쁘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다음 순간 어떤 사람이 나타나 사이좋게 함께 가버렸다면?
그 색 또한 우리 몸에 큰 대응반응을 일으키고, 이번에는 '화난다'는 부정적 감정을 일으킨다. 물론 이런 자극은 시각적 이미지 만은 아니며, 청각이나 미각적인 이미지들도 같은 방아쇠 역할을 하며 내면에 변화를 일으킨다.
이런 방아쇠 역할을 지금 눈앞에 있는 세상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과거에 있었던 일이나 기억, 또는 나를 조건 짓는 것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존재하지 않는 것에도 조건 지어져 버릴 수도 있다.
우리는 늘 생각하고 상상한다. 과거의 일에도 마치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인 듯 화를 내고 욕을 하기도 하지만,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일에 대한 걱정과 불안으로 안절부절 못하고 눈앞이 캄캄해지기도 한다.
생각하고 상상하는 능력이야말로 우리 인간의 유일한 특성이면서도 괴로움과 고통을 만들어 내는 최개 원인 중 하나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상상한다는 것은 어떤 모습을 생각하는 것이다. 즉 마음 속 이미지를 불러내는 것이다.
놀랍게도 불러낸 이미지일 뿐인데도 진짜처럼 우리를 구속할 수 있다. 몸 바깥에 있는 모든 것을 정보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시각적 이미지에 반응하는 것이지 물리적 힘에 대한 반응이 아니다. 그래서 과거, 현재, 미래의 일 사이에 질적인 차이가 없다.
늘 이미지라는 정보에 대해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각적 이미지로서의 정보가 내 몸에 변화를 일으키는 방아쇠로서의 힘에는 다름의 차이가 없이 단지 정보에 의해 조건 지어지는 대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주어진 상황에 대해 마음은 앞뒤나 이해를 따지는, 즉 사려가 개입되지 않는 채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비사유적이고 즉각적이고, 감정적에 가까운 반응이라 할 수 있다. 인의예지의 단서인 마음이 없다면 인의예지라는 덕을 성취할 수 없고 마음 수련이 필요한 이유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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